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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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람, 갑작스런 베이징行… 中, 홍콩통제 본격화하나

홍콩·마카오 담당 中 최고 책임자와 5일 면담 / 람, 4중전회 대홍콩정책 관련해 / 중앙정부 지시 전달받을 가능성 / 보안법 도입 재추진 등 담길 수도 / ‘송환법’ 시위로 3000명 넘게 체포 / 복면금지법 시행 이후 크게 늘어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오는 6일 베이징에서 중국 공산당의 한정(韓正) 정치국 상무위원을 만난다. 한 상무위원은 홍콩·마카오 사무를 담당하는 중국 내 최고 책임자다. 중국 공산당은 제19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 전회)에서 홍콩에 대한 중국 중앙정부 통제 강화를 공언했다. 이번 람 장관의 베이징 방문과 한 상무위원 면담을 계기로 홍콩에 대한 중앙정부 통제가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4일 관영 환구시보 등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전날 밤 성명을 내고 람 장관이 5일 밤 베이징으로 출발해 6일 오전 한 상무위원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후에는 웨강아오 대만구 건설 영도소조 전체회의에 참석한 뒤 7일 홍콩으로 복귀한다. 람 장관은 앞서 5일 상하이에서 열리는 제2회 중국 국제수입박람회에 참석할 계획이다.

지난 6월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시위로 촉발된 ‘홍콩 사태’ 이후 람 장관이 공식적으로 중국에서 홍콩·마카오 업무를 관장하는 한 상무위원과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람 장관은 이 자리에서 4중 전회에서 논의된 홍콩 관련 논의를 듣고, 향후 중앙정부 지시사항을 전달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홍콩 정부가 성명을 통해 람 장관의 베이징 방문을 공식화한 것도 중앙정부 통제를 상징화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미 4중 전회에서 중국 공산당이 대홍콩 정책에 대한 큰 틀의 방향을 잡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번 람 장관 베이징 방문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국가보안법 도입이 재추진되거나 대학통제 강화, 시위대처 등 홍콩 통제를 위한 새로운 정책에 대한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달 31일 마무리된 4중 전회 공보에서 일국양제를 견지하고, 홍콩 시위사태를 겨냥해 “특별행정구 국가 안보수호를 위한 법률제도와 집행 기제를 정비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향후 홍콩에 대한 중앙정부 통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 현지 소식통은 “홍콩 문제가 계속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의 대응도 진화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정부가 4중 전회에서 홍콩 문제를 중요하게 다뤘다고 이미 밝혔기 때문에 대홍콩 대응에 대한 생각들이 정리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홍콩 명보, SCMP 등에 따르면 송환법 반대시위가 시작된 이후 시위과정에서 체포된 시민은 갈수록 늘어 지난달 31일 3007명을 기록, 드디어 3000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5일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이 시행된 시점을 전후해 시위자 체포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시위자들은 집회에서 복면 착용을 금지한 정부에 대한 저항의 표시로 영화 속 ‘조커’처럼 차려입기도 했다.

지난 6월 9일부터 지난 9월 16일까지 100일 동안 경찰에 체포된 시위대는 1453명으로 하루 평균 15명꼴이었다. 하지만 9월 17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45일 동안 체포된 사람은 무려 1554명에 달해 하루 평균 35명씩 경찰에 체포됐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