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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고법 부장판사 전용차 관행 개선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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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 “내규 개정해 즉시 없애야”

대법원이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관용차(전용차량)와 관련해 보직 위주로 차량을 지급하는 등 개선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근 검찰이 ‘검찰개혁’ 일환으로 검사장 전용차량 지급을 멈췄다고 해도, 곧바로 법원도 고법 부장판사에게 전용차량 지급을 중단할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고법 부장판사들의 전용차량 지급을 둘러싼 특혜 및 예산낭비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일보 10월28일자 10면 ‘전용차, 검찰은 없애는데 법원은 예산 늘려’ 기사 참조>

 

◆대법원 “직급보다 보직 위주로 전용차량 운행 검토 중”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일괄적인 전용차량 지급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조 처장은 이날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검찰이 검사장 전용차량을 없애는 개혁안을 냈는데 법원은 고법 부장판사 전용차량 지급 중단을 검토할 의사가 없느냐’는 질문에 “직급보다는 공동사용 등 보직 위주로 전용차량을 운행하는 등 개선을 위한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원 전용차량 그래픽=설명 없음

또 백 의원이 ‘행정기관 중 차관급 비율이 5% 정도인 곳이 어디 있느냐. 법원 개혁의 관점에서 선제 조치가 가능한데, 방치하고 있다’고 추가로 지적하자, “반성할 점에 대해서 그런 부분은 유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고법 부장판사 전용차량 운전기사의 실제 근무시간이 한 시간밖에 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선 운전기사들이 다른 업무를 병행하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그런 부분을 좀 더 염두에 두고 출퇴근 이외 시간에 노는 이런 부분을 개선하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고법 부장판사들은 외부 업무보다 청사 내 재판 업무를 주로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전용차량이 지급돼 논란이 일었다. 앞서 세계일보가 법원행정처의 ‘법원 전용차량 배정현황’ 문서를 입수·분석한 결과, 현재 전국 각급 법원에선 김명수 대법원장(차종 에쿠스) 등 총 157대(실제 이용차량 기준)의 전용차량이 배정·운영되고 있었다. 

 

이 중 103대가 가장 큰 규모의 서울고법(59대)을 포함해 전국의 고법 부장판사(각 법원 고법 부장판사급 법관 포함, 법원행정처 실장 등 행정처 법관 제외)에게 배정돼 있다. 임차료 70만원가량의 전용차량들은 월급여 300만∼500만원을 받는 전담 공무원이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차량 임대료 예산도 되레 늘었다. 본지가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법원행정처가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2020년 예산안 중 법원 차량 임차료만 30억1600만원으로 올해 예산(20억200만원)보다 50.6%나 증액됐다. 이 중 고법 부장판사 전용차량에 절반이 넘는 10억9500만원이 책정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8월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출근해 자신의 전용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뉴시스

◆대법원 “검찰이 없앤다고 법원도 바로 없애긴 곤란”…일각 “대법원 내규 개정해 없애야"

 

다만 행정처는 검찰이 검사장 전용차량 지급을 폐지한다고 해도 곧바로 고법 부장판사들의 일괄적인 전용차량 지급을 중단하기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조 처장은 이날 “(고법 부장판사 전용차 일괄 지급 관행 개선을) 검토하고 있지만, 검찰에서 검사장에 대해 전용차량 제도를 폐지했다고 법관의 경우도 바로 그렇게…(동일하게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며 “이 문제는 우리 사회가 법관에 대해서 어떤 예우를 할 것인가에 대한 관점에서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용차량 지급 문제가) 검찰이 전용차량을 없앨 즈음에 나왔지만, 법관에 대한 사회적 예우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이 5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전용차량 폐지 문제는 단순히 전용차량 폐지만이 아니라 제가 듣기론 검찰의 경우도 그 부분과 관련해서 명예퇴직 수당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고려되는 것 같다”며 “고법 부장판사의 경우도 전용차량을 폐지하게 되면 나머지 부분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른 시일에 일괄 지급 관행 폐지는 어렵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여전히 대법원 내규를 개정해 전용차량 지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법 부장판사에게 전용차량이 지급되는 근거는 대법원 규칙인 ‘법원공용차량 관리규칙’이다. 해당 규칙에 따르면 △대법관 △법원행정처장 △고법 부장판사 이상 법관에게 전용차량이 배정된다. 대법원의 자체 결정 사안인 내규 개정을 통해 전용차량 지급을 중단할 수 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 눈으로 볼 때 고법 부장판사에게 운전기사가 있는 전용차량을 제공하는 것은 고위법관들의 특권으로 비친다”며 “대법원 규칙을 고쳐서라도 전용차량 지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고법 부장판사는 대외업무가 사실상 없는 만큼 이들에게 전용차량이 제공되는 것은 특혜이자 예산낭비”라고 지적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