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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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만난 스틸웰 “환상적 논의”… 지소미아 유지 선회하나

美고위급 연쇄 방한 전방위 압박 / 스틸웰 “文·아베 대화 고무적” / 지소미아 공개적 언급은 안 해 / 김현종과 면담… 양국 현안 협의 / 드하트 방위비 분담금 수석대표도 / 주한미군 만나 지원 실태 점검 / 한·미 고위급경제협의회도 개최 / 실질협력 구체화 공동성명 채택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6일 키이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가운데),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왼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을 찾은 미국 국무부 한국담당 외교·안보·경제 고위당국자들이 6일부터 본격적인 방한 일정을 시작하면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과 방위비 분담금 등에 대한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이 시작된 모양새다. 미국의 압박 강도가 높아지며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소미아를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전날 오후 방한한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이날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조세영 1차관을 예방했다. 아시아 순방의 일환으로 일본과 태국 등을 거쳐 한국에 온 스틸웰 차관보는 한·미동맹 강화,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국의 신남방정책 간의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차원에서 방한했다. 그러나 관심은 이보다는 오는 22일 자정에 종료되는 지소미아와 관련해 스틸웰 차관보가 미국의 어떤 메시지를 남기느냐에 집중됐다. 미국 측은 그간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협정 재개를 요구해왔다.

발언하는 美 경제차관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6일 열린 제4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에서 키이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오른쪽 세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최근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소미아는 한·미·일에 모두 유익하다”는 발언을 했던 스틸웰 차관보는 이날 지소미아에 대한 공개적인 언급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는 예방 후 기자들을 만나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환담 사실을 거론하며 한·일 관계 개선을 환영하는 정도로 말을 아꼈다. 그는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며 매우 고무됐다”며 “이는 (한·일) 관계가 개선되는 것을 주시하는 과정에서 고무적인 신호(encouraging sign)”라고 표현했다. 또 이날 오후 국방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이 ‘(강경화 장관과) 지소미아 관련 대화를 나눴는지’를 묻자 “우리는 오늘 환상적인 논의를 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소미아와 관련한 전향적인 메시지를 줬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6일 키이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왼쪽 두번째),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오른쪽),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왼쪽)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아직은 지켜봐야겠지만, 일본에서는 지소미아에 대해 비교적 강한 의사를 표시했던 미국 측이 한국에서 지소미아 관련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는 것은 국내 여론을 의식했거나, 오늘 정부 당국자들과의 만남이나 그 이전에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날 오전과 오후 스틸웰 차관보와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을 각각 면담했다. 청와대 서별관에서 진행된 면담은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각각 70여분 동안 진행됐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고 대변인은 “양측은 한·미 동맹 현안에 대해 미래 지향적인 협의를 가졌다”고 설명했지만 구체적인 발언이나 주제는 밝히지 않았다.

제임스 드하트 미국 방위비협상대표. 연합뉴스

전날 깜짝 방한한 제임스 드하트 미국 측 방위비 분담금 수석대표도 이날 비공식 일정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미측 수석대표가 협상 진행 중에 회의 일정과 관계없이 방한한 것은 이례적이어서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렸다. 이날 드하트 대표는 주한미군 관계자들을 만나 방위비 지원 실태 등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드하트 대표의 방한은 한·미 간 이견이 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올해 중 마무리하기 위해 정계와 언론계 인사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하는 한편 증액 근거를 제시하며 여론 설득 작업을 병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전날 입국한 키이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은 이날 ‘제4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를 열고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연계한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구체화하고, 경제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우리 측에서는 이태호 외교부 2차관이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이정우·김달중 기자 woo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