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최고 수뇌인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12일 주한미군 주둔비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의문을 거론한 것은 ‘방위비분담금 증액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심사’라는 세간의 인식 대신 ‘미국 국민의 관심사’라는 점을 부각해 우리 측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국방부와 군은 14일과 15일에 서울에서 각각 열릴 예정인 한·미 군사위원회(MCM),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앞둔 시점에서 나온 밀리 합참의장의 발언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방위비분담금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문제는 MCM과 SCM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미국 측이 안보협력 분야 논의 과정에서 관련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에 총집결하는 미군 수뇌부가 우리 국방부와 합참을 상대로 방위비분담금 증액과 지소미아 연장을 놓고 파상공세식 압박을 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미국은 주한미군 인건비(수당)와 군무원 및 가족지원 비용, 미군의 한반도 순환배치 비용, 역외 훈련비용 등을 합쳐 50억달러(약 6조원)에 육박하는 방위비의 분담을 한국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도 미국이 MCM과 SCM에서 관련 언급을 할 것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일단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외교부 김인철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해 “일본의 부당한 수출 규제 조치가 철회되면 저희가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것을 재검토할 용의가 있다는 상태”라고 말했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에 대해서도 ‘합리적이고 공정한 수준’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미국이 압박 강도를 더욱 높일 경우 대응책이 마땅치 않아 정부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밀리 합참의장은 한국 방문에 앞서 이날 일본에서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나 지소미아 연장 문제 등을 논의했다.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가 밀리 합참의장과 총리관저에서 약 45분간 회담을 했다”며 “지소미아와 북한 정세를 둘러싸고 의견을 교환했다”고 보도했다. 밀리 합참의장은 “우리는 (지소미아가) 종료하기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서 “(해결을) 모색하겠다. 지켜보자”고 밝혔다.
한편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고노 방위상이 16∼19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확대 국방장관회의 계기에 회담을 하는 방안이 최종 조정에 들어갔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고노 방위상은 회담에서 정 장관에게 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를 요구할 것이라고 통신이 전했다.
박수찬 기자, 도쿄=김청중 특파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