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가 어떻게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피해 자라는지를 알 수있는 원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카이스트(KAIST) 신의철(의과학대학원) 교수와 연세대 의대 민병소·김호근 교수 공동 연구팀은 암 환자의 암세포가 면역세포를 억제해 면역반응을 회피하게 만드는 핵심원리(모식도 참고)를 발견했다고 13일 밝혔다. 최근 유행하는 면역항암제의 치료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있다.
암 환자는 암세포에 대항하는 면역세포, 특히 T세포의 기능이 현저히 약하다. T세포의 기능이 약해지는 주된 이유는 T세포가 ‘PD-1’이라는 억제 수용체를 과다하게 발현하기 때문이다.
면역항암제도 이 PD-1 억제 수용체의 기능을 차단해 T세포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원리로 작동하지만 아직은 치료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한계를 보이고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연구자가 암 환자의 T세포 기능이 약해지는 다른 이유를 찾고 있는 가운데 이 교수 연구팀은 그간 혈관형성인자로만 알려졌던 혈관내피성장인자(VEGF)라는 단백질이 암세포에 대항하는 T세포의 기능을 약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종양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암세포가 VEGF를 과다 생성하고, 이로 인해 암 조직에는 혈관이 과다 생성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연구팀은 이에 더해 VEGF가 혈관 형성 이외에도 T세포 억제라는 중요한 작용을 통해 암의 성장을 돕는다는 사실을 새롭게 규명한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암세포에서 생성된 혈관내피성장인자는 암세포에 대항하는 T세포 표면에 발현하는 수용체에 결합해 톡스(TOX)라 불리는 단백질의 발현을 유도하고, 톡스는 T세포의 기능을 억제하고 약화하는 유전자 발현 프로그램을 작동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를 기반으로 면역항암제의 치료 효율을 높이는 전략도 제시했다. 암 성장을 막을 목적으로 혈관내피성장인자 저해제가 이미 개발됐기 때문에, 혈관내피성장인자 저해제를 면역항암제와 함께 사용한다면 치료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설명이다.
실제 이번 연구에서도 면역항암제와 혈관내피성장인자 저해제를 병합 치료하면 우수한 항암 효과가 있음을 동물 모델에서 증명했다.
신 교수는 “암세포와 면역세포 사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상세히 연구함으로써 임상 치료 전략을 제시하게 된 중요한 연구”라며 “향후 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면역기전 연구 및 면역항암제 개발 연구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김창곤 연구원, 장미 연구교수가 공동 1 저자로 참여한 연구 결과는 면역학 분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면역학(Science Immunology)’ 이달 8일 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대전=임정재 기자 jjim6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