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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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AI로 찾는 신물질

물질 형태·성능 예측하는 방법 / AI 활용 기계학습 새 돌파구로 / 신물질 탐색 과정 획기적 가속 / 재료과학 혁신의 도구로 주목

과학자들은 시간과 비용을 혁신적으로 절약하고 무한한 원자 조합을 손쉽게 계산할 수 있는 꿈의 방법을 찾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컴퓨터의 계산능력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계산만으로 물질의 형태와 특성을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했다. 하지만 기존의 방법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와 관련해 최근 새로운 물질 개발에 인공지능(AI)이 활용되는 추세이다. 기존에는 원자로부터 분자구조와 제조방법을 탐색해 원하는 물질의 성능을 설계했지만, 지금은 반대로 물질의 성능을 정하고 필요한 분자구조와 제조방법을 AI를 활용해 탐색해 새롭게 원자를 조합한다. 기존의 데이터를 기계가 학습해 원하는 성능을 가진 신물질을 역으로 설계하는 방법이다.

원병묵 성균관대 교수 신소재공학

현대과학과 현대의학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신물질은 대부분 분자구조가 아주 복잡하다. 분자구조를 이루는 원자의 수가 많을수록 계산의 정확성이 떨어지며 계산시간이 급격히 늘어난다. 기존의 계산방법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신물질을 찾는 데 한계가 있다. AI의 기계학습은 신물질 탐색에 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여 비용과 시간을 혁신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물질 안을 들여다보면 수많은 원자 입자로 가득하다. 1㎤ 부피의 고체 안에 지구 표면 전체의 모래알 수보다 많은 숫자의 원자가 존재하며, 심지어 우리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별의 숫자보다 많다. 이렇게 많은 원자의 집합체가 물질이다. 모든 물질의 형태와 특성을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실험을 거치지 않고 미리 물질의 형태와 성능을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어떤 원자를 어떻게 결합하면 좋을까.

기존에는 하나의 원자로부터 물질 전체까지 컴퓨터 계산으로 물질의 형태와 성능을 예측했다. 원자와 원자가 결합해 안정한 최소 구조를 이루는 분자는 물질의 형태와 성능을 결정한다. 기존의 방법은 원자의 구조를 정확하게 설명하는 양자역학에서 출발한다. 원자의 구조와 원자 간 상호작용을 계산한 후 물질 내부에 존재하는 원자의 수만큼 범위를 확장하면 물질의 형태와 성능을 꽤 정확히 계산할 수 있다. 순수하게 양자역학 원리만으로 계산하는 방법을 제일원리 계산법이라고 하며, 원자 간 상호작용이나 원자배열에 대한 복잡성을 단순화하기 위한 다양한 근사적 계산법이 제안됐다. 하지만 기존의 계산은 간단한 가정과 이론에 기초하며 실제의 상황은 수많은 변수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어 계산이 실제와 잘 맞지 않는다.

이에 AI를 활용한 기계학습이 신물질 탐색의 새로운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AI는 신물질 개발의 기간과 비용을 단축하고 성능을 극대화한다. 기계학습은 기계가 기존 데이터로부터 시행착오를 학습해 더 나은 실행 결과를 도출하도록 만드는 AI 알고리즘을 활용한다. 기계학습은 1959년 미국 컴퓨터 과학자 아서 새뮤얼에 의해 처음 도입된 이후, 1990년대 탄소구조체 연구에 활용됐으며, 2000년대에 들어서 신물질 개발에 널리 활용되는 추세이다. 현재 기계학습은 신물질 탐색을 위한 재료선별, 재료분석, 재료설계 과정을 획기적으로 가속하고 있다.

올해 초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의 AI 연구팀은 15~20년 걸리는 기존의 신물질 개발 기간을 이틀로 단축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AI를 현대의 연금술에 비유했다. 최근 뉴욕주립대 에바 주렉 교수팀은 AI를 활용해 새로운 43종의 탄소구조체를 설계했으며, 카이스트 정유성 교수팀은 AI의 신물질 역설계 기술로 4종의 신물질을 발견했다.

오늘날 AI는 재료과학에서 혁신의 도구로서 주목을 받으며, 앞으로 컴퓨터의 발전에 발맞춰 더 널리 활용될 전망이다. 새로운 계산이론과 계산방법의 혁신은 물론 신물질 형태와 성능 예측을 통한 재료설계 패러다임 변화가 진행 중이다. AI를 활용한 재료과학은 우리가 찾는 신물질 탐색의 여정을 더욱 빠르게 앞당기고 있다.

 

원병묵 성균관대 교수 신소재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