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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쇄신 '지지부진' 한국당… 김세연 불출마 '파란' 몰고 오나

3선 김세연 불출마 선언 파장 / 황 대표 등 당내서도 미처 파악 못해 / “새 기반·새 사람들로 다시 시작을” / 중진 추가 불출마선언 가능성 시사 / 일각 “당직은 유지… 자기모순” 비판 / 황 “변화 위한 새 출발점”… 퇴진론엔 “…”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불출마 선언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내 최연소 3선인 김세연(47) 의원이 17일 21대 총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하면서 보수진영 전반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내년 총선을 불과 5개월 남겨놓고 쇄신과 보수통합 추진 작업 모두 지지부진한 한국당이 김 의원 불출마 선언을 계기로 쇄신의 거센 흐름을 타게 될지 관심이 모인다. 일각에선 중진의원들에 대한 당 내 거취 압박에 한층 힘이 실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국당, 역사의 민폐, 좀비” 강도 높은 비판

 

김 의원의 이날 불출마 선언은 황교안 대표 등 당 지도부뿐만 아니라 당 내에서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채 이뤄졌다. 18대 국회에서 36세 나이로 출마해 정계에 입문한 그는 당내 대표적인 개혁·소장파로 평가된다. 특히 황 대표는 지난 2월 당대표 취임 직후 복당파 비주류인 그를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에 전격 기용하기도 했다. 당 정책 개발을 담당하는 여의도연구원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여론조사 데이터를 제공하는 중요 자리로 분류된다. 게다가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부산시당위원장도 맡고 있어 4선이 유력시됐다.

 

 

김 의원은 선언문에서 한국당을 “역사의 민폐”, “좀비”라고 지칭하며 “함께 물러나고, 당은 공식적으로 완전하게 해체하자”고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이어 “완전히 새로운 기반에서, 새로운 기풍으로, 새로운 정신으로, 새로운 열정으로, 새로운 사람들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당이란 낡은 집을 허물고 새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새집을 짓자는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의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김 의원은 선언문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 구성원이 해야 할 일은 이 무대에서 사라지는 것이라고 확신해 말씀드린다”면서 “비슷한 인식을 갖고 비슷한 정도의 우려를 나눠온 분들이 일부 있다”며 추가 불출마 선언이 나올 가능성도 시사했다.

 

자유한국당 이양수 의원. 연합뉴스

 

한국당 이양수 의원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을 위해 참 어려운 결정을 하신 거 같아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신보라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서 “불출마 선언이 당 쇄신의 고삐를 힘껏 당기는 불씨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의원은 “용퇴론에 언급되지도 않는 김 의원이 불출마 의사를 밝히며 당 해체를 주장한 것은 지도부에도 큰 충격일 것”이라며 “당내에서 중진급을 비롯한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한층 힘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혁’과의 보수통합 논의 진전 영향 미칠까

 

김 의원의 이날 선언은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이끄는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등과의 보수통합 논의 필요성에도 상당한 힘을 싣고 있다. 김 의원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유 의원과 함께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 창당에 참여했다가 지난해 1월 돌아온 ‘복당파’다.

 

김 의원은 이날 선언문에서 유 의원이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친박(친박근혜)계의 공격을 받을 때를 “난도질을 당했다”고 회상하며 “그때 과감하게 맞서지 못했다”고 한탄했다. 바른정당 창당에 대해선 “제대로 된 보수정당을 건설하기 위하여 전심전력, 총력을 다해 일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김 의원은 한국당 해체 주장이 변혁과 관련이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 판단을 하는 데 영향을 준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한 중진 의원은 “당을 해체해야 한다면서 스스로 당직(여의도연구원장)을 유지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비판했다. 당 해체 등 개혁 요구에 대해 “비현실적인 과도한 주장”이라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없지 않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뉴스1

 

황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의원의 발언에 대해 “우리 당의 변화와 쇄신을 위한 또 하나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다양한 의견들을 잘 들어서 당을 살리는 길로 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김 의원이 황 대표 등 지도부 퇴진까지 요구한 데 대해서는 별다른 대답 없이 말을 아꼈다.

 

김 의원은 부산 금정에서 5선을 지내고 한나라당 부총재를 역임한 고(故) 김진재 전 의원의 아들이다. 18대 총선 때 부친 지역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고, 이후 한나라당에 입당해 19·20대 총선에서 내리 당선됐다.

 

◆불출마 신호탄 쐈지만… 중진들 ‘침묵’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17일 자유한국당 3선 김세연 의원(부산 금정)을 기점으로 당 내 중진 의원 불출마 선언의 신호탄이 쏘아올려졌지만, 당장 다른 중진들은 당내 분위기를 지켜보며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당 내에서 ‘보수의 텃밭’으로 불리며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직접적인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강남 3구 의원들과 영남권 3선 이상 중진들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국당에서는 현재까지 초선 유민봉 의원과 재선 김성찬 의원, 6선인 김무성 의원이 불출마를 공식 발표한 상태다. 다만 유 의원과 김무성 의원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 직후 이미 불출마를 공식화한 터라 ‘신선한 충격’은 다소 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 연합뉴스

 

앞서 황교안 대표와 영남권인 대구·경북(TK), 부산·경남(PK) 중진 의원들 간 지난 14일 오찬에서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중진 용퇴론’이 제기됐으나 참석자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등 이른바 ‘험지’로 나서겠다며 공개적으로 ‘총대’를 멘 인사 역시 여전히 등장하지 않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 12일 대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한국당 내부 분위기에 대해 자기희생 없는 “니가 가라 하와이”라며 혹평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연합뉴스

 

반면, 한 중진 의원은 “총선을 위해 인적쇄신을 하더라도 정치적 경험이 풍부한 중진들이 당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서 “선수를 기준으로 무조건 중진이니 용퇴하라는 것은 부당하다”고 당 안팎의 퇴진 요구 목소리를 반박했다.

 

영남권 중진 중에서는 김정훈(4선·부산남구갑) 의원이 지난해 지방선거 직후 불출마를 시사해 용퇴가 유력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김정훈 의원은 최근 입장문을 통해 “정기국회가 끝난 후 적절한 시기에 신중히 검토해 책임 있는 정치적 입장을 밝힐 것”이라면서 중진 의원 험지 출마 요구에 대해선 “기준 없이 특정 지역만 거론한 것도 문제”라고 밝혔다.

 

이밖에 같은 시기에 불출마를 직간접적으로 피력했던 정종섭·윤상직 의원 등은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았거나 별다른 언급이 없는 상태다. 한국당 관계자는 “기존에 알려진 분들 이외에도 불출마를 결심한 분들이 있다. 발표 시기를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장혜진·곽은산 기자 jangh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