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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갑수의맛깊은인생] 포르투갈의 ‘바칼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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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에 코스타노바라는 마을이 있다. ‘새로운 해안’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예쁜 마을이다. 젊은 여행자 사이에서 인스타그램 성지로 꼽힌다. 일명 ‘줄무늬 마을’로 알려진 이곳에는 붉은색, 노란색, 파란색 줄무늬로 가득 칠해진 집이 해안가에 일렬로 늘어서 있다. 영화 세트장 같은 이 건물 앞에서 여행자들은 갖가지 포즈로 기념사진을 찍는다.

마을이 줄무늬로 칠해지게 된 유래는 이렇다. 앞은 바다, 뒤는 호수가 위치한 이 마을은 늘 습했고 안개가 자주 끼었다. 마을 사람은 대부분 고기잡이를 생업으로 삼았는데, 가장을 먼 바다 대구잡이로 떠나보낸 가족은 늘 마음을 졸이고 하루하루를 살아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집이 집 외벽에 줄무니를 그려 넣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안개 가득한 먼 바다에서도 집이 조금이라도 잘 보이도록 해 뱃일을 나갔던 사람이 자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까닭에 집의 줄무늬가 다 색이 다르다. 각자의 집을 찾을 때 헷갈리면 안 되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손수 페인트칠을 한다고 한다.

가난했던 포르투갈 사람들은 북대서양까지 나가는 대구잡이 배를 탔다. 낚시로 잡은 대구는 오래 보관하기 위해 바로 소금을 뿌리고 말렸다. 지금 포르투갈에서 가장 유명하고 대중적인 요리 바칼라우는 이렇게 시작됐다.

포르투갈을 여행하면 적어도 이틀에 한 번은 바칼라우를 먹게 된다. 바칼라우는 365가지의 요리법이 있어 매일 다른 바칼라우를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집집마다 비법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포르투갈을 여행하며 똑같은 바칼라우를 먹은 적이 없다. 곁들이는 음식으로는 감자가 나오기도 했고 수란을 올리기도 했다.

코스타노바 바다가 바라보이는 음식점에서 바칼라우를 먹었다. 가이드가 안내해 준 집은 현지인이 주로 찾는 집이었다. 머리가 하얀 할머니가 바칼라우가 담긴 접시를 내왔다.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 때부터 이곳의 집은 줄무늬가 칠해져 있었고,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 때부터 바칼라우를 먹었지.” 바칼라우를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는지 묻자 할머니는 이렇게 답했다.

바칼라우는 포르투갈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있었다. 부드럽게 으깬 감자 위에 구운 대구가 얌전히 올라가 있었고, 그 위에는 수란이 얹혀 있었다. 수란을 깨서 바칼라우와 먹으니 입속에 들어가자마자 사르르 녹아내렸다. 멀리 주방 앞에 서 있던 할머니가 눈을 찡긋했다.

바다로 나간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길 기원하며 집을 예쁘게 칠했고, 가난해서 먹을 게 없어 먹던 대구가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요리 가운데 하나가 됐다. 우리도 언젠가는 “아빠의 아빠의 아빠 때는 힘들었지, 엄마의 엄마의 엄마 때는 힘들었지” 하며 눈을 찡긋할 때가 있을 것이다. 인생은 그런 것이다. 힘든 시절은 다 지나가기 마련이다.

최갑수 여행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