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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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내년 총선 전 신당 창당 할 것” [황용호의 一筆揮之]

미생모(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 12대 총선 민추협처럼 신당 출현의 빅 텐트 역할 할 것
깜짝 놀랄만한 인사들과 대화하며 공감대 형성하고 있어
25~29세 젊은이 20명 이상, 국회에 진출하고, 40세 이하가 전체 의원 60%이상 차지해야
한국 정치, 이데올로기 대결구도에서 벗어나 진보, 보수 아우르는 포괄정당(catchall party)으로 가야
현재 5개 정당 수명 다해
의원의 불출마, 험지 출마선언은 사적 영역으로 정치개혁과 동일선상에 올려놓는 것은 논리 비약

무소속 이정현 의원이 21일 내년 21대 총선 전에 신당 창당 할 뜻을 밝혔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가진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전국적으로 각계각층의 젊은이들이 참여하는 ‘미생모’(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 붐을 조성하고 싶고, 최소한 3000~5000개의 미생모가 생길 것”이라며 “미생모는 노사모, 박사모와 같은 계파 성격의 모임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저 출산, 고령화, 환경, 외교, 안보 등 우리의 미래와 장래를 걱정하고 토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985년 12대 총선에서 민추협(민주화추진협의회)이라는 빅 텐트를 기반으로 신민당이 총선거 25일 앞두고 창당해 돌풍을 일으켰다”며 “과거 민추협처럼 미생모라는 빅 텐트를 통해 새로운 정당이 출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미생모의 참여대상은 구체적으로 밝힐 단계가 아니다”면서도 “지금 많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고, 깜짝 놀랄만한 인사들과도 대화를 하고 있으며 굉장히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해 신당창당과 관련한 물밑 작업이 상당히 진척되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정치는 그동안 진보와 보수로 편을 갈라 이데올로기 대결구도에서 못 벗어났다”며 “이제는 어느 정당이든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포괄정당(catchall party)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최근 여야 의원들의 잇따른 불출마 선언과 관련해 “의원의 불출마 선언과 험지 출마 선언은 결코 쉬운 결단이 아니다”며 “그러나 불출마 선언이든 험지 출마 선언이든 사적인 영역으로 정치개혁과 동일선상에 올려놓는 것은 논리비약”이라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당 대표를 지낸 이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을 역임한 3선 의원(전남 순천)이다.

 

- ‘미생모’는 신당 창당의 모태가 되나.

 

“지금 나한테는 내년 총선에서 어느 지역에 출마하고, 어느 당으로 출마하느냐 보다 미생모(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전국적으로 붐을 조성하는 일이 더 급하다. 과거 노사모, 박사모처럼 계파 성격의 모임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자발적으로 미생모를 조직하는 것이다. 전국에 최소한 3000~5000개의 미생모가 생겨야한다. 젊은이들을 포함해 각 분야별, 각계각층 인사들이 삶의 현장에서 우리의 미래와 장래를 놓고 토론이 이뤄져야한다. 지금까지 정치는 늘 과거지향이었다. 과거사를 놓고 논쟁과 토론을 하다 보니 싸움이 일어났다. 모든 정치권의 화두는 과거였다. 어제일과 5년 전, 10년 전의 캐캐묵은 문제를 놓고 맨날 싸워 정치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퇴보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더 이상 과거의 발목에 잡혀서는 안 된다. 4차 산업혁명, 미래, 외교, 한반도 평화, 제조업 등 모든 분야에서 각자 자신들의 미래를 걱정할 때 우리는 앞으로, 미래로 전진할 수 있다. 그래야 생산적이다. 미생모를 확산시키는 일에 몰두할 것이다. 이것과 부합하는 선거를 할 것이다. 내년 총선에 반드시 출마한다. 지금 관심은 미생모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일이다. 내년 총선까지 5개월 남짓 남았는데 역대 어느 때보다 정치권의 변화무쌍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과 현 정권에도 대단한 변화가 있을 것이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물론 나머지 3개 정당에도 엄청난 변혁이 예상된다. 어느 누구도 현재 상황을 갖고 내년 총선을 장담하거나 예단할 수 없을 것이다. 미생모의 참여대상은 구체적으로 밝힐 단계가 아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을 접촉하며 얘기를 나누고 있으며 깜짝 놀랄만한 사람들과도 대화를 하고 있고, 굉장히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1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당시 1,2당인 민정당과 민한당 시절에 민추협이라는 빅 텐트를 기반으로 신민당이 선거 25일 앞두고 창당해 돌풍을 일으켰다. 국민은 현재 제1,2당인 민주당과 한국당에 실망이 매우 크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분노는 극에 달했다. 민주화와 산업화, 보수와 진보로 뭉쳐야한다는데 정치적 의미는 없다. 우리의 미래걱정거리인 저 출산, 고령화, 환경, 외교에 굉장히 고민하며 누구한테 맡길 것이 아니라 모두가 다 함께 걱정하고 논의하는 시대가 됐다. 과거 민추협 같은 미생모라는 빅 텐트를 통해 새로운 정당이 출현할 수도 있다.”

 

- 새로운 정치 주체 세력이 형성돼야하고 그 과업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안은.

 

“우선 각 분야의 테크노크라트, 현장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이 새로운 정치 주체 세력이 돼야한다. 더 이상 민주화, 산업화가 정치이슈가 될 수 없다. 이제는 민간부문이 정부의 영역을 훨씬 능가하고 뛰어나다. 과거처럼 정부가 경제발전을 기획하거나 재정을 운영하는 경제규모는 아니다. 문화예술도 정부가 예산을 투자하고 지원하는 상황이 아니다. 과학 역시 정부 부처에서 지원할 정도가 아니다. 전문화, 세분화된 상황에서 정부를 컨트롤하고 리드할 수 있는 국민대표기관이 형성되려면 각 분야에 최고의 경험 있는 전문가들이 정치권에 들어가야 한다. 300명 국회의원 가운데 전문 외교관 출신은 거의 전무하다시피하다. 의원들이 신문 사설과 칼럼을 읽고 국회 외통위에서 질의하는 게 현실이다. 4차 산업혁명이 세계적인 추세인데 정작 우리 국회에는 4차 산업혁명에 깊이 있게 입법 활동, 예산 배정, 규제 완화 등 정책 제안을 할 수 있는 전문가가 거의 없다.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정부 지원과 도움이 없어도 얼마든지 자체적으로 해 나갈 수 있는 경제규모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에 세계 6위의 수출입국가인데 국회에 솔직히 경제전문가란 사람들은 대학에서 경제학과를 나왔거나 30년 전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들이 경제전문가 취급을 받고 있다. 이런 국회에서는 대한민국 경제규모를 제대로 뒷받침 할 수 없다. 이제는 정말 현장 경험이 있는 분야별로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이 국회에 진출해야한다. 다음으로 미래 세대들이 주체세력이 돼야한다. 25~29세의 젊은이 20명 이상이 국회에 진출하고, 40세 이하가 전체 의원의 60%이상을 차지해야한다. 40대가 기수되고, 30대가 주도하고 주축이 돼야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똑똑하고 많은 교육을 받았다. 이들은 과거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미래에 관심이 있다. 전문가들과 젊은이들이 정치에 많이 참여할 때 대한민국은 미래를 향해 전진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권의 대대적인 물갈이가 필요하다.”

 

-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좌파․우파 기득권 정치판을 갈아엎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복안이 있다면.

 

“그동안 여러 나라의 정치형태를 연구했다. 결론은 대한민국의 정당도 진보, 보수를 함께 아우르는 포괄정당(catchall party)으로 가야한다. 요즘 한국정치는 진보, 보수로 나눌 수 없고 나눠지지도 않는다. 역대 보수 진영 출신 대통령과 진보 진영 출신 대통령은 각각 보수와 진보 정책만 펼친 적이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경제 민주화, 노인 복지 정책 등을 파격적으로 추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미 FTA 체결, 경기도 평택에 미군 기지와 제주도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각각 만들었고, 이라크 파병도 결정했다. 이는 보수정책이다. 그런데도 보수와 진보로 편을 가르고, 이데올로기로 싸우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이제는 당 안에서 진보와 보수 정책을 얘기하는 사람이 있어야하고, 중도를 말 할 수 있어야한다. 포괄정당이 가장 현명한 길이라고 본다. 영국의 토니블레어 전 총리도 노동당 소속이면서도 제3의 길이라며 보수당 정책을 펼쳤고, 미국의 민주당도 신자유주의 정책을 도입해 추진했다. 포괄정당으로 갔기에 가능했다. 한국에도 이런 정당이 나와야 된다. 젊은이들이 정당에 참여하면 이데올로기에 빠질 일이 없다. 이데올로기에 빠진 몇몇 극소수의 지도자가 한국정치를 그동안 극한대결구도로 끌고 갔다. 그런 사람들은 이번 총선에서 완전히 배제, 도태시켜야한다. 존재하지도 않은 진보, 보수를 갖고 싸우는 게 말이 될 일인가. 얼마나 소모적이며 국민에게 손해를 입히고 있나.”

 

- 그동안 정치를 하며 기본 신조가 있다면.

 

“나는 그동안 미국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유명한 연설인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부’ 가운데 ‘국민을 위한’ 대목을 부정하는 정치를 해 왔다. 국민을 위한, 지역민을 위한, 계층을 위하는 등 누구를 위해 일하겠다는 정치인의 마음 자세는 나는 아주 교만, 오만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마치 상대에게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들린다. 정치인이 국민과 유권자의 심부름을 하겠다며 스스로 주인, 군주, 왕으로 변하게 만들었다. 이는 헌신과 다르며 아주 잘못된 군주적인 사고방식이다. 나는 그동안 정치를 하며 누구를 위한다는 자세가 아니라 완전히 낮은 자세로 섬기는, 서번트(servant), 심부름꾼으로서의 자세를 가졌고, 시혜를 베푸는 자세는 아니었다. 당 대표 시절에 마을 회관에서 잠을 자고, 단상에 앉지 않는 등 과도한 의전을 받는 것을 버렸다. 민주의 반대는 독재가 아니고 민졸(民卒)이라고 생각한다. 위정자가 국민을 주인으로 생각하는 지, 국민을 졸로 보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정치인들이 말로는 민주라고 하며 국민을 주인으로 받들 것처럼 얘기하지만 실질적으론 국민을 졸로 보고, 내 마음대로 하니 너희들은 따라오라는 식의 군주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과 국회의원, 시장, 도지사, 군수 등 모든 선량들은 입으로는 민주를 말하며 실제론 국민을 졸로 취급하는 정치를 주로 해 왔다. 나는 국민을 졸로 취급하지 않겠다는 자세로 임했고, 진짜 섬기고 받들어 모시는 입장에서 정치를 했고, 정책에 반영했다. 국민을 위한 것을 스스로 부정하며, 국민을 졸로 취급하지 않는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를 하겠다는 것이다.”

 

- 정치권에 불출마 선언 등 세대교체 바람이 일고 있다.

 

“불출마 선언과 험지 출마 얘기가 나오는데 이는 결코 쉬운 결단이 아니다. 그런데 이는 사적인 영역이다. 불출마 선언을 하든, 험지에 출마를 하든 개인적인 판단이다. 사실 본인이 속내를 안 드러냈을 뿐, 출마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여건과 상황이 있을 수도 있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다음 기회에 더 큰 자리를 노릴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본인이 얘기를 안 할 뿐이지 사적인 영역이다. 정치개혁과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논리적으로 비약이라고 생각하며 이런 식의 정치로 개혁, 쇄신, 혁신이 될 수 없고 도움도 되지 않는다. 공천은 당 지도부와 당원들의 영역이고 공천을 받는다고 해서 다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것은 아니다. 당선여부는 유권자 영역이다. 따라서 불출마선언과 험지출마 자체가 정치개혁과 쇄신으로 포장될 수 없고, 포장돼서도 안 된다.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근본적으로 정치개혁을 해야지, 그런 식의 지엽적인 문제로는 정치 대혁신이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다.”

 

- 새누리당 후신인 자유한국당에 애증이 있을 텐데.

 

“흔히 정치는 생물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나는 정치에도 수명이 있다는 표현을 쓰고 싶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한국당을 포함해 기존 5개(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정당의 수명은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정치에는 이끌어 갈 정치주체와 시대적 과제 두 가지가 있어야한다. 산업화, 민주화의 주체세력과 그들의 시대적 역할은 김대중 정부를 끝으로 끝났다. 그 후 약 20년은 시대과제도 도출하지 못했고, 주체세력도 뚜렷하게 없었다. 우리가 2000년 간 지속된 왕정을 무너뜨리고 공화정을 세웠고, 일제 식민지 하에서는 대한독립이라는 시대과제가 있었고, 건국 후에는 자유민주주의냐, 공산주의냐는 시대 과제가 있었고, 그 다음에는 가난, 배고픔을 해결하려는 산업화의 시대과제가 있었고, 권위주의 정권에서는 이를 타파하기 위한 민주화라는 시대과제가 있었다. 여기까지는 시대과제도 분명했고, 이를 추진하는 주체세력도 엄연히 존재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 이후의 시대적 과제를 10명에게 물어보면 10개답이 나올 정도로 사실상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대과제를 제대로 도출하지 못했다. 시대적인 목표가 없었던 것이다. 과거 운동권에 몸담았던 사람들과 그 후진들이, 또 산업화 후진들이 정치를 하며 시대를 이끌어가지 못했고, 과제를 설정하는 주체세력도 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정치권은 많은 갈등, 대립과 충돌, 싸움만 했다. 한국당에 애증이 있다, 없다 차원이 아니라 한국당을 포함해 기존 정당들은 구습과 문제점들로 꽉 차 있다. 혁신과 쇄신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상황에 직면해 있다. 현재 5개의 기존 정당은 시대과제를 제대로 도출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 새누리당에서 말단부터 시작해 당 대표에 오른 인사는 이 의원이 처음이다.

 

“나는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정당생활을 30년 넘게 하며 하나부터 열까지 완전히 바닥에서 출발해 정상까지 올랐다. 정당에 있을 때는 사무처 간사 병부터 간사 을, 간사 갑, 차장, 부장 대우, 부장, 부국장 대우, 부국장, 국장 대우, 국장, 부대변인, 수석 부대변인, 대변인, 최고위원, 당 대표를 했고, 청와대 정무수석, 홍보수석을 하는 등 완전히 바닥에서 시작해 정점에 올랐다. 국회 경험도 독특하다. 많이 낙선했고, 비례대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당선, 의원 임기 4년을 다 채우는 경력을 갖고 있다. 전부 아웃사이드에 있었던 점이 특이하다. 항상 따돌림 받는 왕따였다. 호남출신이 새누리당에서, 새누리당 출신으로 호남에서 정치를 해 아웃사이더 대접을 받았다. 청와대 근무 때도 민정수석실이 작성한 문건에 나를 겨냥해 ‘근본도 없는 놈이 왜 청와대 수석을 하느냐’고 적시한 내용이 뒤늦게 공개된 적이 있다. 이런 환경은 나를 항상 중립적인 입장에서 사고하고, 중립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도록 만들었다. 또 우리정치를 굉장히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다. 당 대표 도중에 물러나고, (청와대에서)직무를 수행하다 재판을 받고, 심지어 당에서 나오는 상황에 이르렀다. 어떻게 보면 한국 정치인이 겪을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경험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롤로코스트를 타고 한국 정치의 구석구석, 청와대, 정당, 국회 등에서 이뤄지는 정치행태와 행위 등을 다 체험할 수 있었다.”

 

-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은.

 

“지금 말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황용호 선임기자 drag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