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적으로 다룬 역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에 내려진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가 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21일 다수의견으로 ‘백년전쟁’을 방송한 TV채널 시민방송이 “제재조치명령을 취소하라”며 방통위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백년전쟁이 방송의 객관성·공정성·균형성 유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백년전쟁에 대한 방통위 제재가 적법했는지에 대해서는 부당하다는 의견이 7명, 적법하다는 의견이 6명으로 첨예하게 갈렸다.
다수 의견(7명)은 “이미 많은 사람에게 충분히 알려져 사실상 주류적 지위를 점한 역사적 사실과 해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다양한 여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 것”이라며 왜곡이나 편향적 전달 등 객관성과 공정성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반면, 반대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제작 의도에 부합하는 자료만을 취사선택해 방송내용 자체가 사실에 부합하지 않아 객관성을 상실했고, 제작 의도와 상반된 의견은 전혀 소개하지 않아 공정성·균형성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시민방송은 2013년 1~3월 총 55회에 걸쳐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백년전쟁’ 시리즈를 방송했다. 이 방송은 이 전 대통령은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독립자금을 횡령한 인물로, 박 전 대통령은 일본 침략주의자들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아가며 한국 경제성장의 공을 가로챈 인물로 묘사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