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는 중국 탓이라는 건 초등학생도 아는데 우리 정부는 왜 중국에 말 한마디 못 하나.’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 때면 쏟아져 나오는 여론은 대체로 이렇다. ‘국내 미세먼지의 연평균 중국 기여율은 32%’라는 동북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LTP) 보고서가 지난 20일 공개됐지만 ‘고농도 미세먼지=중국 탓’이라는 인식은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한·중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금의 양국 협력사업을 보다 고도화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LTP 보고서, 공동연구로는 아쉬워”
조석연 인하대 교수(환경공학)는 21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국가기후환경회의 주최로 열린 ‘미세먼지 발생 원인과 국민소통 토론회’에서 “LTP 보고서는 일반적인 의미의 공동연구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LTP 사업에 연구자이자 의장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조 교수는 “보통 국제 공동연구라고 하면 각 나라 연구진이 함께 연구해 하나의 보고서를 낸다”며 “그런데 LTP는 한·중·일 3국이 각자 연구해 서로 다른 보고서(결과)를 내고, 사무국은 그걸 묶어 제본하는 역할 정도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전날 발표된 LTP 요약보고서는 3국 연구진의 결과를 나란히 제시한 뒤 그 값을 단순히 산술평균한 것이다. 3국 연구진이 과학적 근거로 합의한 수치로 보기 어렵다. 진정한 의미의 공동연구가 되려면 컴퓨터 모델도 함께 개발하고, 대표성 있는 한 개의 기관에서 보고서가 나와야 한다는 게 조 교수의 지적이다.
중국에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소병천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이 중국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려면 재판 진행에 대해 당사국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며 “중국의 합의가 없는 이상 국제법정에서 다뤄질 수는 없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가 아닌 국민이 중국을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한 국가는 다른 국가의 법정에 서지 않는다’는 국가면제 원칙에 따라 현실화하기 어렵다.
◆한·중 미세먼지 실질 저감 속도 내야
김순태 아주대 교수(환경안전공학)는 “중국에서 배출량이 50% 줄더라도 한국 영향은 (50% 주는 게 아니라) 30% 정도만 줄어든다”며 “이는 국내 미세먼지에 우리의 지분(배출량)이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예를 들어 질소산화물이 줄면 오존량이 늘어 미세먼지 2차 생성이 가속화할 수 있다. 즉, 중국에서 넘어오는 질소산화물이 줄더라도 우리나라의 암모니아나 오존 등 2차 생성 요소가 그대로라면 미세먼지 농도는 생각만큼 개선되지 않는다.
김 교수는 “이번에 LTP 요약보고서에서 나온 수치는 결과로서의 의미보다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저감해야 할지 생각하는 시발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이 그동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2016년부터 매년 예산 100억원을 투입해 ‘한·중 공동 미세먼지 저감 환경기술 실증 협력사업’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계약액은 2016년 650억원, 2018년 190억원, 올해는 217억원에 머물러 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