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부진으로 지난 3분기 전체 가구의 ‘사업소득’이 1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경기불황 속에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다시 감소했다. 다만 기초연금이나 근로장려금(EITC) 등 정부가 지원하는 공적이전소득 덕에 1분위 가구의 전체 소득은 늘었다. 저소득가구들이 정부 재정으로 가계를 꾸려가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 정책 성과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에 따르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7만6900원으로, 지난해 3분기 대비 2.7%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사업소득이 87만9800원으로, 4.9% 줄어들면서 2003년 통계작성 이후 모든 분기를 통틀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소득 하위층의 사업소득이 증가한 반면에 상위층 사업소득은 줄어드는 기현상도 발생했다. 1·2분위 가구의 사업소득이 실제로 늘어났다기보다 비교적 경제사정이 좋은 3·4·5분위에 있던 자영업자들이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1·2분위 저소득가구로 내려앉았다고 봐야 한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1·2분위 가구의 사업소득은 각각 11.3%, 15.7% 증가했으나 3·4·5분위 가구는 각각 0.8%, 10.0%, 12.6% 감소했다.
박상영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자영업황이 부진해 전반적으로 자영업자가 아래 분위로 이동하거나 무직 가구로 전환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37만4400원으로 지난해 3분기에 비해 4.3% 증가했다. 근로소득이 44만7700원으로 1년 전보다 6.5% 줄어들었으나 이전소득이 67만3700원으로 11.4% 증가했다. 이전소득 중에는 가족이나 친척에게 받는 사적 이전소득은 5.4% 감소한 반면 정부가 지원하는 공적 이전소득이 19.1%나 늘어 소득 증가를 이끌었다.
소득이 가장 많은 5분위 가구 소득을 1분위 가구 소득으로 나눈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37배로, 지난해 5.52배보다 소폭 개선됐다. 3분기 기준 2016년부터 이어지던 상승세가 4년 만에 누그러든 것인데, 이것도 정부 재정 투입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박 과장은 “저소득가구는 정부의 소득지원 강화와 고용시장의 양적 호조에 따른 근로소득 감소폭 축소로 소득이 증가했다”면서 “반면에 고소득 가구의 소득은 증가폭이 저소득가구에 못 미치면서 소득 격차가 개선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통계에 대해 “그동안 가계소득 동향상 저소득가구 소득 감소는 아픈 대목이었지만 2분기부터 좋아지는 조짐을 보였고, 3분기는 가계소득과 분배 면에서 좀 더 확실히 좋아지는 모습”이라고 밝혔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이 소득주도성장의 정책적 효과를 언급한 것은 지난달 22일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 이후 한 달 만이다. 문 대통령은 사업소득이 감소한 것과 관련해서는 “면밀한 분석과 함께 기존 대책의 효과성을 점검할 필요성이 있다”고만 언급했다.
세종=박영준, 박현준 기자 yj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