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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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앉지도 못하는 상태” 황교안에 “텐트 철거해주길” 靑의 속사정?

단식 6일째 정치권 인사들 방문 이어져 / 이해찬 “단식 그만하고 대화하자” / 홍준표 “겨울이라 단식 어려워”

 

황교안(사진) 자유한국당 대표의 단식 농성이 엿새째 계속된 가운데,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 설치된 텐트를 자진 철거해달라고 청와대 측이 황 대표 측에 요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당 황 대표의 비서실장인 김도읍 의원은 25일 오후 김광진 청와대 정무비서관으로 받았다는 문자 메시지를 이날 공개했다.

 

김광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김도읍 한국당 당대표 비서실장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실장님 어려운 말씀 드려야 해서요. 알고 계신 것처럼 분수대광장이 천막 설치가 불가한 지역입니다.

 

황 대표님의 힘든 상황과 특수성을 잘 이해하고 있지만 그 곳에서 오랫동안 집회를 이어오시던 분들과의 형평성 문제와 규정상의 문제가 있어서 경찰을 비롯해 실무자들도 고충이 크니 자진 철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김광진 청와대 정무비서관)

 

이 문자 메시지에는 “청와대 분수대 광장이 천막 설치가 불가한 지역”이라며 “형평성 및 규정상 문제가 있어 경찰을 비롯해 실무자들도 고충이 크니 자진 철거해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 의원은 같은 날 기자들에게 이 문자 메시지를 공개하며 “제1야당 대표가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하는데 거기에 대한 화답은 없고, 대표가 바람막이로 사용하는 천막을 철거하라는 것이 과연 문재인 대통령의 뜻인지 묻고 싶다”고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 의원은 이어 “(청와대가)처음부터 천막 치는 것을 방해했고 그런 상황에서 저희 뜻을 관철하기 위해 비닐로 바람을 막고 영하의 추운 날씨를 견뎌왔다”면서 “하지만 도저히 목숨을 걸고 투쟁하는 대표가 칼바람을 그대로 맞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서 오늘 천막을 다시 쳤다”고 설명했다.

 

단식 6일째인 25일 지지자들과 인사하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 연합뉴스

 

황 대표는 지난 20일부터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철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포기, 연동형비례대표제(연비제) 선거법 철회’ 등 3가지 조건을 내걸고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지소미아의 경우, 지난 23일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시키기로 하면서 문제가 일단락 됐다. 하지만 황 대표는 다른 2가지 조건이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청와대는 대통령 경호 등의 문제로 청와대 앞 천막 설치를 불허했고, 황 대표는 국회 본관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두 곳을 오가며 단식투쟁을 했다.

 

하지만 청와대 앞에서 투쟁해야 한다는 황 대표의 의지가 완강해 지난 23일부터 청와대 앞 노상에서 단식 투쟁을 진행했다. 처음에 설치했던 원터치 텐트에 이어 임시 비닐천막이 비바람에 쓰러지자, 25일 한국당은 흰색 몽골 텐트를 새로 설치했다.

 

전날부터 몸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몸져 누운 것으로 알려진 황 대표는 양쪽에서 부축을 받으며 몽골 텐트로 거처를 옮겼다. 이를 지켜보던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황 대표는 기력이 떨어져 앉지도,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지만 아직 건강하니 단식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은 황 대표의 탈수 증세가 심각한 데다 혈압도 불안정해 119 구급대와 비상 연락망을 구축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25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단식 투쟁 중인 황교안 대표를 만나고 나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날 황 대표의 농성장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등이 방문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40분쯤 황 대표의 단식 농성 텐트 안에 들어가 약 5분간 대화를 나눴다. 천막에서 나온 그는 기자들에게 “황 대표가 기력이 없어 거의 말을 하지 못했다. 빨리 단식을 중단하고 저랑 대화(협상) 좀 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홍 전 대표도 이날 저녁 텐트에서 황 대표를 만나 “겨울이기 때문에 여름이나 봄·가을에 단식하는 것보다 몇 배로 더 힘이 들 것이다. 더이상 단식하기엔 좀 무리가 따르지 않겠느냐”고 만류했다고 전했다.

 

또 그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공수처 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그것을 민주당과 협의해서 통과시켜주자고 (황 대표에게)제안했다”면서도 “다만 연비제는 민의에 반하는 제도니 그것까지 강행 처리하면 총선을 거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