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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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안, 박근혜정부 위안부합의를 합법화… 당장 중단 해야”

일본도 부인 못하는 개인청구권 한국 스스로 구속할 가능성/ “한국사회 분열시키는 입법 당장 중단해야”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5일 일본 도쿄 와세다대학교에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뉴스1

문희상 국회의장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입법 계획을 밝힌 ‘1+1+알파(α)’안(이하 ‘문희상안’)에 일본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완전히 면제시키고 피해자들의 신청권을 소멸시키는 조항들이 담겼다는 주장이 제기 됐다. 이는 국가가 개인청구권을 소멸시킬 수 없다는 한·일 공통된 입장에서조차 후퇴되는 안으로, 박정희정권이 일본으로부터 차관을 받고 한·일 역사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 봉합을 시도한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보인다.  

 

◆제2의 위안부합의?

 

송기호 변호사는 26일 문 의장 측이 준비 중인 입법안 관련,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와 강제동원 피해자 등  한·일 역사 문제 관련 모든 피해자의 신청권을 소멸시키는 소멸시효 조항이 있다”고 밝혔다.

 

송 변호사에 따르면 소멸시효 조항 외에도 △박근혜정부 시절 일본 정부의 기금으로 설립됐다가 지금은 해산된 상태인 화해치유재단의 잔액 포함 △피해자들이 위자료를 받으면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이 대위변제되는 방식 규정 △일본 기업이 내는 돈을 자발적 기부금으로 법적 성격을 규정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송 변호사는 “화해치유재단 잔액을 포함시키는 것은 박근혜정부 시절 발표된 위안부 문제 한·일 공동 발표(2015년 위안부합의)를 한국 법률로 합법화하게 되며, 위자료를 받으면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이 대위변제되는 것은 일본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완전히 면제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본 기업이 내는 돈을 ‘자발적 기부금’으로 법적 성격을 규정하는 것도 법적 책임을 면제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2015년 위안부합의 발표 당시, 일본의 기부금을 받아 화해치유재단을 설립키로 한 내용과 관련, 법적 책임을 면제시킨다는 우려로 거센 비판이 인 바 있다. 또다시 문희상안이 또다시 유사한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개인신청권 소멸시한, 개인청구권 제약할 가능성

 

또한 한·일 역사 문제 관련 모든 피해자들의 신청권을 소멸시키는 내용을 한국 국내법으로 입법화할 경우, 강제동원 피해자 개인의 전범기업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을 인정한 한국 대법원 판결조차 무효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피해자들은 그간 피해금액이나 그 액수를 떠나 전범기업의 법적인 책임을 인정받기 위해 싸워왔으며 이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받아왔다.

 

박근혜정부 시절 이같은 대법원 판결이 나오는 것을 미루고자 사법부와 외교부간 ‘재판거래’가 이뤄졌다는 의혹은 현재 재판 중이다.

 

13일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박정희정권 시절 맺은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되지는 않았다는 것은 일본 외무성도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가 개인의 신청 권한을 소멸시킬 수 있다는 1960년대 주장은 현재 국제인권법적 해결이 모색되고 있는 흐름에도 배치된다. 이와 관련 송 변호사는 통화에서 “그것(박정희정권의 한·일청구권협정)은 조약이지만 이것(문희상안)은 입법에 성공할 경우, 국내법이 되기 때문에 일본 정부 주장의 모순을 우리가 법률로 덮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아주 민감한 문제로, 우리 정부와 법원을 구속할 가능성마저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독일은 가해국이 사과를 전제로 보상 입법을 하는데 한국은 피해국이 입법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한국 사회를 분열시키는 문희상안 입법화를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