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에 여유시간을 주지 않고 음식물이 계속해서 쏟아져 들어오면 내장은 쉼 없이 일을 해야 하고 피로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내장의 기능이 떨어지고, 영양소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할뿐더러 면역력도 떨어진다.
또한 과식은 비만을 부른다. 식사로 섭취한 음식물 가운데 당질과 지질의 일부는 뇌와 근육, 내장 등의 에너지로 쓰고 나머지는 근육과 간장에 저장된다. 여기서도 흡수하지 못하고 남은 것은 중성지방의 형태로 쌓인다. 다시 말해 소비하는 에너지보다 많이 먹으면 그만큼 지방이 증가하고 배가 볼록해지는 배불뚝이가 된다. 지방이 증가하면 특히 내장 지방에서는 유해 호르몬을 분비하여 혈당치 상승, 고혈압, 혈전 등을 초래한다. 또한 유해 호르몬은 만성염증을 초래, 암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아울러 과식은 몸을 녹슬게 하는 활성산소를 증가시키며 피로와 나른함의 원인이 된다.
어쩔 수 없이 과식을 할 수밖에 없다면 장기에 공복상태를 만들어주는 것이 건강에 유효하다. ‘공복’이란 음식을 먹지 않는 상태이다. 공복시간을 만들면 우선 장기에 휴식을 줄 수 있고 혈당치도 서서히 내려간다. 음식을 섭취하고 나서 10시간 정도 지나면 간장에 저장된 당이 소진되기 때문에 스스로 지방이 분해되어 에너지로 쓰인다. 이어 16시간이 지나면 몸이 지니고 있는 자가포식(autophagy)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자가포식이란 ‘세포 내에서 단백질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활동’이다. 자가포식에 의해 오래되거나 파괴된 세포가 새롭게 재생하면 질병을 예방하고 노화의 진행을 멈출 수 있다.
질병과 노화는 세포가 늙거나 파괴되면서 발생한다.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호흡하여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기관)가 늙으면 세포에 필요한 에너지가 줄고 활성산소가 증가한다.
다시 말해 공복시간을 주면서 자가포식시스템을 작동시키는 방법이다. 예컨대 2016년 노벨생리의학상은 ‘자가포식(autophagy)’ 연구자에게 돌아갔다. 연구자는 세포의 자가포식(autophagy) 메커니즘을 규명한 일본 도쿄공업대학의 오스미 요시노리 명예교수였다. 1주일에 한 번이라도 정해진 공복시간을 만들면 과식이 불러오는 해를 제거하고, 노화나 식생활로 인한 손상을 리셋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건강증진센터 김진리 센터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특별한 기저 질환 없이 건강한 성인이 1주일에 하루 정도 식사를 건너뛰는 것은 건강상 큰 영향이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 센터장은 “그러나 기저질환, 특히 당뇨병을 앓고 있는 분들은 혈당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공복상태가 안 좋을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의하여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선우성 교수는 “공복을 하면 칼로리 섭취가 없으므로 체중조절을 하는 사람들에서 그만큼의 이득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각자 자기 몸의 항상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시행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업무와 가사, 육아 등에 쫓겨 식사할 시간조차 없는 탓에 거의 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취미활동에 심취하여 몇 시간이나 먹는 것을 잊은 적이 있다. 휴일에 이불 속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전날 밤 이후 아무것도 먹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 전문가들은 이것도 유효한 공복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