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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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패스트트랙 철회 수용하라”

“불법 패스트트랙 완전한 철회 선언과 친문게이트 국정조사 수용”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9일 국회에서 필리버스터 신청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9일 본회의에 상정된 모든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것과 관련, “이 저항의 준엄한 대장정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불법 패스트트랙 완전한 철회 선언과 친문게이트 국정조사 수용”이라고 밝혔다.

 

또 문희상 국회의장을 향해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를 위한 ‘민식이법’ 등 시급한 법안을 우선 통과시킬 것을 제안하며 연기되고 있는 본회의를 개의해달라고 촉구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필리버스터는 국회법에 따르면 계속될 수 있고 저희는 그렇게 할 것”이라며 “한국당 의원 한명 한명의 연설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성곽이 될 수 있다. 또 독재세력에 대한 준엄한 심판의 울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사상 초유의 헌정 무력화 폭거에 의해 어렵게 쌓아올린 자유민주주의와 의회민주주의가 사정없이 유린당하고 짓밟히고 있다”며 “공수처는 이 정권의 추악한 비리와 부패를 덮고 친문무죄 반문유죄 사회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권의 공포수사처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또 “유재수 감찰농단, 황운하 선거농단을 보십시오. 이들이 왜 이토록 공수처에 집착하는 지 알 수 있다”며 “지금 벌어지는 여당과 일부 야당의 끊임없는 이합집산과 밀실거래를 보십시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대한민국을 망치려는 포퓰리즘 세력의 야합 선거제일 뿐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원내대표는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현행 국회법은 다수 세력에게 패스트트랙이란 장치를 부여함과 동시에 소수 세력에겐 긴급안건조정위원회, 무제한 토론과 같은 합법적이고도 명확한 평화적인 저지 수단을 부여했다”며 “계속되는 불법과 다수의 횡포에 이제 한국당은 평화롭고 합법적인 저항의 대장정을 시작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문희상 국회의장을 향해 “본회의를 개의하지 않을 명분은 그 어디에도 있지 않다. 본회의는 5분의1 의원 재석으로 개의되게 돼있다”며 “지금 개의를 거부하는 것은 국회법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촉구했다.

 

또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를 위한 민식이법과 관련, “국회 본회의를 개의해 제일 먼저 민식이법을 통과시킨 다음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의 기회를 달라”고 제안했다.

 

그는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저희가 필리버스터 신청한 법안에 앞서 민식이법 등에 대해 먼저 상정해서 이 부분에 대해선 통과시켜줄 것을 제안한다”며 “국회의장께서 사회를 거부하지 말고 민식이 어머님, 아버님을 비롯한 우리 아이들, 어머님들의 간곡한 호소에 호응해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한편 자유한국당이 이날 ‘유치원 3법’을 비롯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안건 약 200건에 대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신청했다.

 

국회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늘 모든 안건에 대한 무제한 토론이 국회 의사과에 신청됐다”고 밝혔다.

 

한국당이 신청에 이어 실제 필리버스터에 나선다면 유치원 3법,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를 위한 ‘민식이법’, 일부 ‘데이터 3법’ 등 이날 본회의에 상정되는 모든 안건의 처리는 어려울 전망이다.

 

나아가 12월 2일이 법정 처리시한인 내년도 예산안은 물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검경수사권 조정법안 등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정기국회가 마비되며 내년 10일 정기국회 폐회까지 예산안 및 주요 법안들의 처리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이와 관련, 한국당은 이날 오후 본회의를 앞두고 진행 중인 의원총회에서 필리버스터 돌입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당내에서는 유치원 3법 등 민생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하는 것이 맞느냐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