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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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와 함께 찾아오는 불청객 ‘소화불량’

원인 및 예방법 / 겨울철 차가운 공기에 장시간 노출 땐 / 위로 가는 혈액 줄어 소화기능 저하 / 실내외 급작스러운 온도차도 한 원인 / 신체 활동량 평소처럼 유지 바람직 / 맵고 짠 자극성 음식 피하는 게 좋아
김정화(38·회사원)씨는 최근 밥을 먹을 때마다 속이 답답하고 거북했다. 특별히 잘못 먹은 음식이 없어 의아했지만 증상은 며칠째 계속됐다. 속이 더부룩하다 보니 무얼 제대로 먹을 수 없었다. 거래처 식사 약속을 잡기도 어려웠다.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은 결과, 계속된 추운 날씨와 이에 따라 늘어난 실내 생활 등으로 인한 위장 운동 기능 저하가 소화불량의 원인이었다. 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계속되면서 김씨처럼 소화불량증을 겪는 이들이 적지 않다.
김정화(38·회사원)씨는 최근 밥을 먹을 때마다 속이 답답하고 거북했다. 특별히 잘못 먹은 음식이 없어 의아했지만 증상은 며칠째 계속됐다. 속이 더부룩하다 보니 무얼 제대로 먹을 수 없었다. 거래처 식사 약속을 잡기도 어려웠다.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은 결과, 계속된 추운 날씨와 이에 따라 늘어난 실내 생활 등으로 인한 위장 운동 기능 저하가 소화불량의 원인이었다. 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계속되면서 김씨처럼 소화불량증을 겪는 이들이 적지 않다.

소화기 계통 증상 중 가장 흔한 소화불량증은 위장 점막의 손상이나 위액 같은 소화효소 분비의 문제로 생길 수도 있지만, 날씨가 추워지면 계절성으로 위장 운동 기능 이상에 의해 생기는 경우가 많다는 게 소화기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잦은 추위와 이에 따른 신체 활동량의 급격한 감소 등이 우리 몸의 자율신경에 영향을 줘 소화불량을 부른다는 것이다. 추위에 따른 소화불량 증상과 예방법을 살펴봤다.

 

◆겨울 추위와 실내외 온도 차 등이 소화 기능에 영향 미쳐

 

전문의들에 따르면 특별한 질환이 없는 상태에서도 소화불량이 생길 수 있는데 이런 류의 소화불량을 기능성 소화불량이라 한다. 기능성 소화불량증은 대체로 3개월 이상 소화불량이 지속하거나 재발하는 경우와 함께 위내시경 검사에서는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경우를 말한다. 대체로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신경 과민 등이 원인일 수 있으나 요즘 같은 겨울철은 추위가 원인인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 몸은 과도한 추위에 노출될 경우 일시적으로 위장 기능이 저하돼 소화 기능의 문제를 유발한다. 차가운 공기에 배를 장시간 노출하면 열을 빼앗겨 소화기관으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 소화 기능에 이상이 생긴다는 것이다. 실내외의 급작스러운 온도차에 따른 신체 스트레스도 원인이 돼 소화 기능에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비에비스 나무병원 홍성수 원장(소화기전문의)은 “뇌 중심부에 있는 시상하부에는 온도 조절 중추가 있어 외부의 기온이 높건 낮건 그에 맞춰 혈관을 확장 및 수축시켜 신체 온도를 36.5도로 유지하는 작용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인체 조절 기능은 실내외의 급격한 온도 차에 의해 부조화를 일으킬 수 있다. 음식을 특별히 잘못 먹은 적도 없는데 이유 없이 소화가 안 되고 배가 아프며 설사 증상이 있다면 실내외의 급작스러운 온도 차를 최대한 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추위 그 자체가 스트레스로 작용해 소화를 방해하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면 교감신경이 항진돼 위장으로의 혈류가 줄어들게 되고 위의 활동성이 떨어지며 소화효소의 분비가 줄어들게 된다. 겨울철 외출 때 최대한 따뜻하게 입어 추위로 인해 느끼는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위나 대장 같은 장기의 운동을 조절하는 우리 몸의 자율신경은 온도 변화에 특히 민감하다. 따라서 겨울에 유독 소화불량 증세가 잦은 사람이라면 추위와 급격한 온도 차를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

 

◆줄어든 활동량도 위장 장애 원인일 수 있어

 

강추위로 인해 외출을 삼가면서 신체 활동량이 줄어들어 위장이 제 기능을 못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위장 운동은 음식의 종류나 식사 시간 등과 더불어 사람의 활동량 등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 식사 뒤에 앉아만 있거나 누워만 있으면 위가 제대로 운동할 수 없어 위장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식사 뒤 곧바로 과도한 활동을 하는 것은 금물이다. 식사 후에 과도한 운동을 하면 팔다리의 근육에 전달되는 혈액량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위장으로 가는 혈액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비에비스 나무병원 민영일 대표원장은 “소화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식사 뒤 20~30분 정도 쉬고 난 뒤 산책 등의 가벼운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저녁 식사 뒤에는 활동량이 더 부족해지기 쉬우므로 평소 소화불량증을 자주 겪는 사람은 식후 가벼운 야외 활동을 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맵고 짠 자극성 있는 음식과 탄산음료도 피하는 것이 좋아

 

소화기관이 건강한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의 추위에 노출되더라도 몸이 적응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오랫동안 추위에 노출된 후 음식을 먹으면 위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수 있다. 이때는 몸을 충분히 녹인 후 천천히 음식을 먹을 필요가 있다. 맵고 짠 자극성이 심한 음식을 피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기름기(지방)가 많은 음식은 위에서 배출되는 시간이 긴 만큼 주의해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소화가 잘되지 않을 땐 음식을 오래 씹어 먹는 것이 도움될 수 있다. 침 속에는 아밀라아제라는 당분 분해 효소가 있어 음식물과 침이 잘 섞이면 소화가 잘되기 때문이다. 홍성수 원장은 “흔히 소화가 안 될 때 탄산음료를 마시는 이들이 많으나 삼가는 게 좋다. 탄산음료를 마시면 트림이 나와 속이 시원하다는 느낌을 받지만 카페인 때문에 실제로는 소화장애가 더 심해질 수 있다. 탄산음료에는 설탕이 많이 들어있어 소화과정에서 발효되면서 오히려 가스를 더 많이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