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0.2% 상승 전환했다. 지난 7월 이후 4개월 만의 상승이지만 11개월 연속 1%대를 밑돌며 역대 최장 기간 저물가 흐름을 이어갔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7(2015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0.2% 상승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7월 0.6% 상승한 뒤, 8월 0.0%로 보합을 기록했고, 9월 -0.4%, 10월 또다시 0.0%로 보합을 나타냈다. 8월의 경우 공식적으로는 0.0% 보합이었지만 소수점 셋째짜리까지 계산하면 -0.038%를 기록하며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9월에는 1965년 통계작성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을 기록하며 ‘디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됐다.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2%를 기록하며 4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지만, 지난해 12월 1.3% 상승을 마지막으로 지난 1월 0.8% 상승 이후 11개월 연속 1%를 밑돌았다. 1965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장 기록으로 역대급 저물가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올해 0%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정사실화한 상황으로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인 소비자물가 상승률 2%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로 1.6%를 전망했다가 지난 7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0.9%로 하향 조정했다. 현재로선 0.9% 상승률에도 못 미칠 전망이다.
근원물가 상승률도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105.22를 기록해 1년 전보다 0.6% 상승하는 데 그쳤다.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한 지난 9월 0.6%와 같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1년 전보다 0.5% 상승하는 데 그쳤다. 역시 9월과 같은 수준이다.
통계청은 근원물가가 낮은 추세를 보이는 데 대해 무상교육과 무상급식 등 교육·보건 부문 정부 정책과 집세 및 가전제품 등 내구재 가격의 상승률 둔화를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농산물 가격이 지난해 11월에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14.8% 급등했지만 올해 11월에는 5.8% 하락했다”며 “가을 태풍으로 채소류 가격이 상승해 전체 농산물 하락폭이 (지난해보다) 작아지면서 농산물이 물가 상승률을 낮추는 효과가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이어 “(앞으로) 마이너스 물가만큼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최근 저물가 흐름은 수요측 물가 압력이 낮아지는 가운데 공급측요인과 정책 요인에 의해 나타난 현상으로, 기저효과 등 특이요인이 완화되면서 연말에는 0% 중반대로 회복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세종=박영준 기자 yj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