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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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짐승처럼 울부짖었다는데… 복지부 “아이들, 어른과 성폭력 관점 달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남 어린이집 성폭행 의혹’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는 가운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일 “사실을 확인해야겠다”면서도 “아이들이 성에 대해 보는 시각이 (어른과) 상당히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자유한국당 신상진 의원으로부터 ‘성남 어린이집 성폭행 의혹과 관련해 대책을 요구하는 질문을 받자 이같이 대답했다.

 

박 장관은 “전문가들 사이에선 (해당 논란이) 어른들이 보는 관점에서, 성폭력 관점으로 보면 안 되고 발달 과정에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도 있다(는 견해도 나왔다)”며 “과도하게 표출됐을 때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관계가 더 드러나면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겠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한편 경기도 성남의 한 어린이집에서 만 5살 여아가 또래 아동으로부터 상습 성폭력을 당했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와 파문이 일고 있다. 청원인 A씨는 지난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동 간 성폭력 사고 시 강제력을 가진 제도를 마련해주기 바란다’는 제목의 청원을 올려 “지난 11월4일 딸과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동갑내기 남자아이가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딸의 바지를 벗기고 OO과 OO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제 딸은 어린이집에서, 그리고 아파트 단지의 어두운 자전거 보관소에서 같은 반 남자아이에게 강제추행을 당해왔다”며 딸이 분당 소재 병원 산부인과에서 성적 학대와 외음질염 진단을 받았다고도 했다. 

 

A씨 부인은 딸의 진술과 일치하는 장면이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에 촬영된 것을 원장, 담임 두 명, CCTV 관리자 등과 함께 한 자리에서 확인했다고도 주장했다. 부인은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그 장면을 본 저는 짐승처럼 울부짖었다”며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제 딸은 성폭력 트라우마로 ‘OO이 만나면 어떡하지?’라고 걱정한다”며 “어두운 곳에서는 공포를 느끼고 밤에는 악몽에 시달리며 ‘하지마, 싫어, 안해’ 이런 잠꼬대를 연일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이어 “아이는 너무 불안해 하는데 가해자와 저희는 같은 아파트 단지 바로 옆동에 살고 있다”며 “그런데 가해자 부모는 자기 자식 범죄자 취급하지 말라며 이사도 못 가겠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가해 아이의 부모가 현직 국가대표 운동선수라고 주장하며 국가대표 자격 박탈도 요구했다. 곧 유능한 변호사를 만나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에 가해 아이의 부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문제 행동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부풀려진 부분이 있다”며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법적 대응 의지를 밝혔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