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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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설 70돌 나토, 커지는 파열음

29개 회원국 정상 런던서 회동 / ‘美 우선주의’ 놓고 갈등 잇따라 / 트럼프, 마크롱 ‘뇌사’ 발언 비난 / CNN “예전보다 동맹 탄력 줄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세계 최대 군사동맹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정상들이 올해 나토 창설 70주년을 맞아 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이틀간 일정을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등 29개 회원국 정상들은 이날 버킹엄궁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주최하는 리셉션 등에 참석한 뒤 4일 런던 외곽 리조트에서 공식 회의를 갖는다. 그러나 동맹 결성 70돌 축하 분위기 속에 진행돼야 할 이번 회동은 처음부터 거친 파열음을 냈다.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달 나토를 ‘뇌사 상태’라고 묘사한 것이 계기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를 “본질적으로 (나머지) 28개 회원국에 아주 아주 형편없는(nasty) 발언이었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프랑스보다 더 나토를 필요로하는 나라는 없다”며 “모욕적이고 위험한 발언”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나토 동맹과 상의 없는 시리아 철군 등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적 행태, 시리아 쿠르드족 침공과 러시아제 방공미사일 시스템 도입 등 터키의 좌충우돌 행보를 겨냥해 “나토가 사실상 뇌사 상태에 빠졌다”고 비판했었다. 1949년 소련 주도 바르샤바조약기구에 맞서 서방 안보를 지키기 위해 창설된 나토가 미국과 다른 동맹국 간 의사조정능력 상실 등으로 기능 마비를 겪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얼마 뒤 에르도안 대통령이 “본인부터 뇌사 상태가 아닌지 점검해보라”고 응수하면서 회원국 간 균열상을 드러냈다.

나토 사무총장 만난 트럼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국) 창설 70주년 특별정상회의 참석 차 영국을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3일(현지시간) 런던 소재 미국 대사관저 윈필드하우스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을 만나 발언하고 있다. 런던=AP연합뉴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도 대서양동맹에 위협이 되고 있다. 그는 나토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며 분담금 증액을 압박할 뿐 아니라 나토 ‘무용론’을 내비치곤 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좌관이 지난달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나토나 다른 동맹에서 철수하는 ‘완전한 고립주의’ 노선을 걸을 수 있다”고 말했다면서 미 워싱턴 주재 유럽 외교관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해 각종 제약에서 자유로워지면 무슨 일을 벌일지 예측할 수 없다”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CNN방송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의 ‘목적’을, 마크롱 대통령은 동맹의 ‘미래’를 의심하고 있다. 여기에 나토의 기본 이념을 공공연히 위배하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있다”며 “나토가 깨지지야 않겠지만, 예전보다 훨씬 탄력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