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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사건심판’ 판결 이유 몰라 항소 못한다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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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판결 이유 미기재 가능 / 선고 때 구술 설명도 판사 재량 / 작년 민사본안사건 73.9% 차지 / 2심 문턱 높아 항소율 3.8% 그쳐 / ‘판결이유 녹음’ 관련법 국회 계류 / 전문가 “알 권리 위해 대책 마련을”

#1. 트럭운전사 A씨는 1년 전 교통사고 손해배상금 청구 소송을 진행하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상대방이 무리하게 차로를 변경하는 탓에 벌어진 사고였는데도 법원은 상대방 측에게 A씨가 청구한 금액의 30%만 지급하라고 선고했기 때문이다. 판결 근거가 궁금했지만, 법원은 A씨 사건이 ‘소액사건심판’이라는 이유로 판결문에 판결 이유를 기재하지 않았다.

 

#2. 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했던 B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복역 중 허리디스크 증세로 교도소에 치료를 요구했지만, 교도소 측은 단순 허리 통증으로 진단해 B씨에게 진통제만 처방했다. 결국 증세가 악화한 B씨는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고, 교도소 의무기록과 유사 판례 등을 토대로 2016년 8월 국가배상을 청구했다. 이후 1년간 9건의 준비서면 및 의견서를 제출하며 재판에 공을 들였으나, B씨에게 돌아온 건 판결 이유가 생략된 패소 판결문이었다. B씨는 항소에 나섰지만, 판결 이유조차 모른 채로는 항소이유를 기재하기 어려웠다. 결국 B씨는 항소심 판사의 화해권고결정에 따라 항소를 취하했다.


소액사건심판은 소송가액 3000만원 이하 민사사건에 한해 간이 절차만 거쳐 신속하게 소를 제기하고, 소송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국민 편의를 위한 법 제정 목적과 달리 소액사건이라는 이유로 알 권리와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당할 수 있어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3일 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민사본안사건 10건 중 7건(73.9%)은 소액사건심판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소액사건심판의 경우 ‘판결서에는 이유를 기재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판결 요지를 판사가 구술로 설명하도록 하고 있지만, 판사의 재량에 달린 실정이다. 신지식 대한법률구조공단 안양출장소장은 “당사자가 출석해도 ‘청구 기각’이라고 해서 특별히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소액사건 특성상 생업에 바쁜 소송당사자들이 선고 당일 재판에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판결 이유를 모르면, 소송당사자들은 항소를 제기하기가 쉽지 않다. 1심 판단의 논리와 근거를 파악해 반박해야 하는데, 애초에 어느 부분이 판결의 근거가 됐는지조차 알 수 없어서다. 김숙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권익센터 운영위원장은 “당사자가 판결에 불복해 더 다투고 싶어도 패소 이유를 알지 못해 스스로 항소를 포기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소액심판사건의 항소율(민사본안사건 처리결과 기준)은 지난해 3.8%로 합의사건(54.4%), 단독사건(24.5%)에 비해 낮은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국민들의 알 권리 및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선 판결문에 간략하게라도 판결 이유를 기재하도록 하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지난 4월 판사가 구술로 설명한 판결 이유를 법원 차원에서 녹음해 사후 소송당사자가 필요할 경우 녹음테이프의 사본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소액사건심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