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트럼프 “주한미군 감축이든 철수든 갈 수 있다”

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英 방문 / 방위비 분담금 압박 수위 높여 / 정은보 “협상장선 거론 안돼” / 美조야 ‘과도한 증액’ 우려 확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나토 정상회의에 앞서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에서 열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초청 리셉션에 참석한 뒤 차량을 타고 떠나고 있다. 런던=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 규모를 유지하려면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미 하원 지도부는 미국이 한국에 과도한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 런던을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만난 뒤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시키는 게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것을 토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감축이든 철수든) 어느 쪽으로든 갈 수 있다”면서 “나는 양쪽으로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그렇게 하려면 그들이 더 공정하게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4차 협상이 이날 워싱턴에서 시작된 시점에 맞춰 주한미군 주둔을 지렛대로 삼아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하도록 압박했다. 그는 특히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늘리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감축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한국을 보호하는 데 엄청난 돈을 쓰고 있다”면서 “우리는 그들이 상당히 더 내는 게 공정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5억달러를 더 내라는 요구에 한국은 시한이 한두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노(No) 노, 노라고 했다”면서 “그들은 매우 뛰어난 사업가들이고, 무역 분야에서 어떻게 하는지 보라”고 말했다.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가 2일(현지시간) 3~4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4차 한미방위비분담금 협상을 위해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특파원들과 문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SMA 협상 한국 측 대표인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 대사는 이날 협상장에서 주한미군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 대사는 이날 미 국무부 청사에서 진행된 회의 중간에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은 상당폭의 증액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여러 번에 걸쳐 했으나 추가적인 상황 변화로 인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엘리엇 엥걸 하원 외교위원장과 애덤 스미스 하원 군사위원장은 지난달 22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이 한국에 과도한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증액을 요구하는 근거를 제공해달라고 했었다고 이날 밝혔다. 이들은 “정부가 한국에 연간 분담금으로 대략 50억달러(약 6조원), 즉 현재보다 5배 넘는 액수를 요구하고 있다는 여러 보도에 우려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 한국, 일본이 가중하는 북한의 도발로부터 지역 전체에서 계속 커지는 중국의 주장에 이르기까지 이 지역 안보 위협에 공동 대응해야 할 때에 미국이 한국에 대대적인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는 것은 우리와 동맹국들 사이에 불필요한 균열을 내는 역할을 한다”고 비판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