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 전날(4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전격 압수 수색하면서 검찰과 범여권 간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청와대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으로 일했던 검찰 수사관 사망 사건과 관련해 "유서에도 없는 내용을 거짓으로 흘린다"며 검찰을 고강도로 비판한 바로 다음날 압수수색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형사소송법과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청와대 압수수색은 임의제출 방식으로 이뤄지는 게 보통이지만, 검찰이 영장을 발부받아 청와대를 상대로 자료 확보에 나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 파장은 가늠하기 쉽지 않다.
지난해 12월 서울동부지검의 민간인 사찰 의혹 수사 때도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있었다.
여권은 개혁 위기에 몰린 검찰이 '선택적 편파수사', '수사 아닌 정치행위'를 한다고 비판하며 더 강력한 검찰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명수사 의혹을 두고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검찰 수사를 신뢰할 수 없는 만큼 특별검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특검 도입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야당이 아닌 집권여당이 특검을 입에 올렸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라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총리실 "문 사무관, 靑 근무 당시 첩보받은 내용 보고했을 뿐 하명수사 아냐"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 제보를 받아 이 내용을 청와대 윗선에 보고한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 현재 국무총리실 소속인 문모(52) 사무관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 민정민원비서관실은 이와 관련해 지난 3∼4일 문 사무관에 대한 자체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5일 총리실 관계자 등에 따르면 문 사무관은 총리실 민정민원비서관실 소속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1년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근무를 했다.
청와대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김 전 시장의 의혹 등과 관련한 제보를 받고 이를 요약·편집해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에게 보고한 것이 A 행정관이라고 밝혔는데 이 A 행정관이 문 사무관인 것이다.
문 사무관은 6급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됐다가 청와대로 적을 옮겼다. 이후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도 근무했으며 2014년 7월 총리실로 소속을 바꿨다가 현 정부 들어 청와대 파견근무를 다시 했다.
그는 여권 실세로 꼽히는 김경수 경남지사와 고교 동문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총리실 민정민원비서관실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청와대의 하명수사 의혹에 문 사무관이 개입된 정황을 파악하고 최근 이틀간 조사를 벌였다.
문 사무관은 5일 검찰 조사도 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자체 조사 결과, 문 사무관은 청와대 근무 당시 첩보 받은 내용을 보고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하명수사로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리 가능성이 있는 인사의 첩보를 신속하게 이첩하는 것은 민정실 근무자의 일상적인 근무 내용"이라며 "유능한 수사관이고 정권과 무관하게 사회 정의를 위해 일해온 직원"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여당 vs 검찰…법무부 장관 인사발표 어떤 영향 미칠까?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의 후임자로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노동단체 및 시민사회의 반발이 김 의원 임명에 막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4일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의원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예상보다 거세다"며 "청와대 핵심 참모진들에게 이런 의견이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여권의 핵심 지지층인 진보진영에서 김 의원의 정책노선 등에 대해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는 점에 대해 청와대 내 우려가 번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 3년차를 맞아 국정성과를 위해 박차를 가해야 하는 시점에 핵심 지지층이 이탈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실제 김 의원이 차기 총리로 유력하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참여연대는 2일 논평을 내고 "김 의원은 혁신·공정과 거리 멀고 소득주도성장과는 대척점에 있는 인사"라며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방향 대척점에 있는 김 의원의 총리 지명은 부적절하다"고 반발했다.
민주노총 역시 3일 논평에서 "김 의원은 종교인 과세 유예와 세무조사 금지를 주장해 정치와 종교를 혼동하는 모습까지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김 의원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청와대 내에서도 이런 기류가 변수가 될 수 있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양상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런 의견들도 '큰 흐름'에 영향을 주지는 않으리라는 반론도 나온다.
실제 여전히 차기 총리 후보로는 김 의원이 1순위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는 의견들이 많다.
이처럼 총리 후보 발표가 다소 늦춰지는 것과 달리 공석인 법무부 장관을 채우는 '원포인트' 인사는 곧 이뤄지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로서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법무장관 인사 발표의 경우 이르면 이번주 안, 늦어도 다음주 초에는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이른바 '하명수사 의혹', '감찰무마 의혹' 등을 두고 청와대·여당과 검찰의 대립이 심화하는 시점에서 이번 법무부 장관 인사발표가 어떤 영향을 줄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