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SNS로 제보받아” 靑 말과 달리… 송병기 “통화하다 얘기”

의구심 더 키우는 ‘김기현 첩보’ 해명 / 靑 “행정관과 캠핑장서 만나 돈독” / 송 부시장은 “서울 친구 통해 알아” / “첩보 그대로 이첩” “제보문건 정리” / 靑 비서실장·대변인 서로 딴소리 / 숨진 檢수사관 울산행 시점 놓고 / 민정실 보고·대변인 발표도 달라
긴장감 흐르는 靑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의 최초 제보자가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으로 밝혀지는 등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5일 청와대 정문 앞 모습. 이재문 기자

청와대가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고 있지만 논란이 해소되기는커녕 더 커지고 있다. 청와대가 이에 대응하겠다며 밝힌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1일부터 형사사건공개금지 규정 시행에 따라 검찰의 입은 막혔고 청와대가 쏟아내는 해명에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와대가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비위 첩보를 올린 ‘제보자’에 대한 의혹을 설명한 지 불과 반나절 만에 그 당사자가 송병기 울산 경제부시장으로 드러났다. 송 부시장은 송철호 울산시장의 최측근이자 핵심참모로 분류되는 인사다. 청와대는 첩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은 채 ‘공직자’가 ‘공직자’에게 첩보를 전해줬다는 설명만 하고 넘어갔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과 관련된 비위 첩보를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 최초로 제보한 인물이 송철호 울산시장의 측근인 송병기 현 울산시 경제부시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지난 3월 7일 울산시청 상황실에서 열린 울산광역시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 위촉식에 참석한 송철호 시장과 송병기 부시장. 뉴스1

◆제보형식·경위 등 김기현 첩보 놓고 엇갈리는 주장

 

누가 먼저 첩보·제보를 제공했고, 문건을 작성했는지는 선거개입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 근거다. 청와대는 “2017년 10월쯤 당시 민정비서관실 소속 행정관 A씨가 제보자로부터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김 전 시장 및 측근들에 대한 비리 의혹을 제보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송 부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시 문모 행정관과 안부 통화 중 김 시장 측근 비리와 관련된 일반화된 내용에 대한 이야기만 나눴다”고 했다. SNS를 통해 제보받았다는 청와대 설명은 당초 우편으로 받았다는 자신들의 설명과 배치된다. 송 부시장이 전달한 첩보의 가공 여부를 놓고 청와대 비서실장과 대변인의 해명도 다르다. 앞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회에서 “김 전 울산시장은 청와대 조사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첩보를 그대로 이첩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민정 대변인은 “제보 내용이 담긴 소셜미디어(SNS) 메시지를 복사해 이메일로 전송한 후 출력했고, 이후 제보 문건을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 연 송병기 부시장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수사 사건의 최초 제보자로 지목되고 있는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은 이날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울산=뉴시스

첩보를 확보하고 여기에 손을 댄 A씨가 문모 전 행정관으로 밝혀지면서 논란도 커지고 있다. 문 전 행정관은 김경수 경남지사의 고등학교 동문이다. 친여권 핵심인사의 지인인 만큼 여권의 입맛에 맞춰 정보를 왜곡했을 가능성도 높다. 청와대에서는 문 행정관과 제보자의 관계에 대해 “캠핑장에서 우연히 알게 됐다”며 “서로 몇 차례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라고 설명했지만 이 역시 석연치 않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송 시장 최측근인 송 부시장과 김 지사의 지인인 두 사람이 캠핑장에서 몇 차례 만나 연락을 주고받다가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첩보를 주고받을 정도로 돈독한 사이로 발전했다는 말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청와대에서도 분명 그런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들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송 부시장은 회견에서 “A 행정관과는 2014년 하반기 서울 친구를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밍크고래 보러 간 시점도 달라

 

청와대의 해명과 엇갈리는 부분은 또 있다. 숨진 A수사관이 ‘고래고기’ 사건을 살펴보기 위해 울산에 내려간 시점이 다르다. 울산 고래고기 사건은 2016년 4월 울산 경찰이 ‘불법포획’의 증거로 압수한 밍크고래고기 27t 중 21t을 울산지검이 돌려주면서 벌어진 일로 이후 검·경 간의 갈등이 빚어졌다. 청와대는 당시 상황에 대해 “민정비서관실에서 울산 고래고기 사건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국정 2년 차 증후군 실태 점검 및 개선방안 보고서’의 일부를 공개했다. 민정수석실에서 작성된 보고서에는 2018년 1월12일부터 16일까지 실태를 파악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지난 2일 고 대변인은 문 행정관이 “2018년 1월11일 고인(A수사관)과 함께 KTX를 타고 울산에 갔고 울산지검과 울산경찰청을 방문한 뒤 서울로 올라왔다”고 소개했다. 날짜가 다른 것이다.

2016년 4월 울산경찰청이 밍크고래 40마리를 불법 포획·유통한 업자들을 검거할 당시 냉동창고에 보관돼 있던 고래고기의 모습. 울산경찰청 제공

또 보고서에는 ‘진솔한 의견 청취를 위해 지인 중심으로 면담을 진행했다’고 기록돼 있을 뿐 특감반원들이 누구를 만나 무슨 내용을 조사했는지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다. 청와대는 “공개하지 않은 보고서 내용이 더 있지만 민간에 공개하기 민감한 부분이 있다”는 입장만 내놨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입이 막힌 상태에서 일방적인 청와대 해명만 쏟아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인 상황에 대해서는 어떤 것도 언급할 수 없다”며 “사실과 다른 보도가 나와도 크게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청와대의 해명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도 입을 닫고 있어서 혼란만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대형사건이 벌어졌는데 국민들은 정확한 정보를 습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