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의 훈령인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 시행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규정은 검찰이 공소제기 전에는 형사사건에 있어 피의자의 혐의사실 및 수사상황 등 일체의 내용을 공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한 사건 담당 검사나 수사관은 언론과 전화통화 등 개별 접촉을 할 수 없게 규정돼 있다. 검찰이 형사사건을 공개할 수 있는 경우는 민간이 참여하는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의 의결이 있을 때만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 법무부의 훈령은 인권을 보호하고 무죄추정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함과 동시에 국민의 알권리와 조화를 이루도록 하겠다는 취지이다. 그런데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의 의결이 없으면 사건 내용을 전혀 공개할 수 없는데, 수사대상자인 피의자의 인권과 국민의 알권리를 어떻게 조화롭게 보장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민간이 참여하는 공개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겠다는 법무부 훈령의 목적에 대해서는 누구도 반박하지 않을 것이다. 피의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당연히 기본권이 보장돼야 한다. 형법은 공소제기 전에 수사관 등이 피의사실을 공표하면 처벌하고 있다. 이 법조항대로라면 수사기관인 검찰은 기소하기 전까지 수사하는 동안에는 피의사실을 공표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그동안 검찰은 중대한 형사사건에서 수시로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인데,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법을 위반했다는 것 자체가 법리에 맞지 않고 상식에도 어긋난다. 국가기관의 책무는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다.
그동안 검찰이 형사사건의 수사과정에서 보여준 태도에서 검찰을 무조건 두둔하기는 어렵다. 수사과정에서 피의자의 인권보호에 균형을 잃은 검찰의 모습에서 부정적인 여론도 많았고 국민의 질타가 이어지기도 했다. 2009년 노무현 대통령 사건에서 사람들은 분노하고 검찰에 실망하기도 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2010년의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인데, 이는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문제와 함께 위반자에 대한 처벌도 미흡해 실효성이 거의 없었다.
형사사건 공개금지에 관한 법무부 훈령이 만들어진 것은 형법상 피의사실공표죄 때문이다. 피의사실공표죄는 형법 제정 때 도입된 범죄로, 기소가 되기도 전에 피의사실이 알려진다면 피의자의 명예가 훼손돼 인격권의 침해가 발생할 것이고 재판도 받기 전에 피의사실이 범죄사실로 예단되면 무죄추정원칙에도 위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형법에 피의사실공표죄가 규정돼 있지만 모든 형사사건에서 피의사실공표가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형법상 범죄에는 위법성 조각사유가 있으며 책임을 면제받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법한 행위라 해도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한 행위라면 진짜 위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피의사실공표가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은 개별 사건마다 다르겠지만 이를 판단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형사사건에서 국민의 관심은 피의자의 신분과 피의사실인데, 적어도 피의자가 공인으로 선출직 공무원, 고위공직자 등이면서 피의사실이 공적 영역이라면 충분히 위법성은 조각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공인이라고 해도 피의자의 내밀한 사적 영역은 공개돼서는 안 된다. 그러나 피의자가 사회적 활동을 통해 형성한 영역은 비례성원칙에 따라 공개할 수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는 표리관계에 있다고 했다. 언론기관의 취재와 보도를 통해 국민은 정보에 접근하고 알권리가 보장되는 것이다. 헌법은 모든 국가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국민은 공인이 위임받은 권한을 오·남용한 피의사실을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그래서 형사사건의 공개금지는 국민의 알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보며, 비록 공개위원회의 결정이란 예외를 두었다고 해도 그 위헌성이 완전히 없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헌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