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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벅차”…3년으로 단축된 개인회생 변제, 소급적용 불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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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결정은 개인회생 변제기간 단축 개정 취지에 어긋난다.”

 

“소급적용은 채권자 신뢰 보호에 어긋나고 위헌 가능성도 있다.”

 

개인회생 변제기간 단축을 소급 적용한 서울회생법원 단축기간 결정을 파기환송한 대법원 결정을 두고 채무자와 채권자 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채무자들은 자신들의 생존권이 위협당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채권자 측은 채무관계 신뢰를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소급 적용은 위법하다고 반박했다. 

 

지난 5월 국회 정론관에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금융소비자 연대회의 등 주최로 개인회생 변제기간 단축을 소급적용하는 채무자회생법 개정안의 입법청원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후 여당 의원 24명은 해당 개정안을 발의했다. 참여연대 제공

◆개인회생 채무자 모인 온라인 카페…“하루하루가 벅차다”

 

8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개인회생 채무자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 ‘개인회생 변제기간 단축 지지자들의 모임’엔 자신들의 생활고를 토로하는 글들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암으로 투병생활을 하는 A씨도 대표적이다. 개인회생 신청 당시 직장에 다녔던 그는 지난해 침샘암이 발병해 투병 중이다. 최근 유방에 종양이 있다는 진단도 받았다.

 

암 진단·치료 등을 위해 돈을 빌린 A씨는 변제가 어려워지자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1년에 900만원가량을 치료비로 지불하면서 3년간 월 41만원가량씩 납부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2017년 12월 개인회생 변제기간을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서울회생법원도 이듬해인 2018년 1월 본인들의 업무지침을 변경, 기존 개인회생에 들어간 사람들에게도 단축된 기간을 소급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3년가량을 납부한 A씨도 변제기간 단축을 신청했다.

 

결과를 기다리던 A씨는 지난 3월 대법원이 소급적용을 불허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회생법원도 방침을 바꿔 그의 단축을 불허했다. 현재 무직 상태인 A씨는 기초생활수급비 50만원으로 개인회생 납부금과 병원비를 감당해야 할 처지로 내몰렸다.  

 

A씨는 카페에 사연을 올리며 “(암 판정 이후) 살아보려고 부질없는 몸부림을 친 것이 지울 수 없는 채무자라는 큰 죄가 되어 돌아왔다”며 “살고자 노력한 것이 이렇게 큰 죄가 될 줄은 미처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해당 카페엔 A씨 외에도 채무변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들이 잇달아 올라왔다. 

 

◆2017년 12월, 개인회생 변제기간 5년→3년 단축…그러나 ‘소급적용 불허’

 

A씨처럼 개인회생 변제기간 단축을 꿈꿨다가 물거품이 된 일은 왜 벌어졌을까. 2017년 12월 채무자회생법 개정으로 개인회생의 최장 변제기간이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됐다. 이에 개인회생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회생법원은 이듬해인 2018년 1월 업무지침을 변경해 기존 개인회생 절차에 들어가 3년 이상 성실히 납부한 사람들에게도 단축된 기간을 소급적용한다고 밝혔다. 이날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당시 서울회생법원에 의해 변제기간이 단축된 개인회생 건수는 7326건이다.

 

문제는 단축기간 소급적용으로 손실 발생이 우려된 채권자인 한 대부업체 B사가 A씨처럼 변제기간 단축을 신청한 채무자 C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C씨는 2017년 법령 개정 이전 5년이란 개인회생 변제기간을 부여받았지만, 채무자 회생법 개정과 회생법원 업무지침 변경으로 변제기간이 단축됐다.

 

해당 소송은 대법원까지 올라갔고, 지난 3월 대법원은 “변제기간의 상한을 단축하는 법 개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기존에) 인가된 변제계획에서 정한 변제기간을 변경할 필요가 생겼다고 볼 수 없다”며 1·2심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회생법원도 지난 10월 대법원 판시대로 C씨에게 변제기간 단축을 소급적용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결국 2019년 7월 기준으로 종전 서울회생법원의 업무지침에 따라 변경된 개인회생계획 7326건 중 3302건이 채권자의 이의제기 등으로 소급적용이 취소됐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8년 6월12일 사이에 개인회생 변제계획 인가를 받고, 변제기간이 36개월을 초과하는 개인회생 채무자는 18만4172명(9월 기준)이다.

 

지난 9월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서 ‘채무자회생법 부칙 개정안’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및 삭발식이 진행됐다. 참여연대 제공 

◆정치권, 변제기간 단축 소급적용 법안 발의…대법원·법무부 ‘난색’

 

정치권도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등 여당 의원 24명은 지난 6월 3년으로 단축된 최장 변제기간을 소급적용하도록 하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A씨와 같은 채무자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개정안은 대법원과 법무부가 난색을 보이며 여전히 국회에 계류됐고, 내년 5월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 임기만료 폐기 위기에 놓였다.

 

대법원은 변제기간 단축 소급적용은 채권자 신뢰 보호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입장이다. 이날 본지가 확인한 11월 국회 법제사법소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은 소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소급적용은 채권자의 기존 신뢰 보호에 심각하나 문제가 초래된다”고 밝혔다.

 

그는 “(소급적용을 하면 채권자 입장에서) 600만원을 받을 것이 갑자기 350만원으로 줄어드는 셈”이라며 “채무자 보호도 중요하지만 회생절차라는 것은 (상환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줘야하고, 일방적으로 채무자만 보호한다면, (채권자에 해당할 수 있는) 영세업자들은 금전거래가 막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도 노동력 상실 등으로 가용소득이 줄어든 채무자의 경우 법원에 의해 변제기간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도 해당 개정안은 헌법이 규정한 소급입법 금지 원칙에 어긋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일부 변호사단체·민주당 의원들, 시민단체는 법 개정 취지에 맞게 소급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백주선 변호사는 통화에서 “법이 개정됐을 때 완전히 끝난 사건이 아니라면 일정하게 새로운 법이 적용되는 것을 위헌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소급적용 위헌 가능성을 일축했다.

 

또 “2017년 12월 법 개정을 통해 최장 변제기간이 단축된 것은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된 것인데 개정 취지를 고려하더라도 (법 개정 이전) 변제절차를 시작한 사람에게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득이한 사정을 지닌 채무자의 경우 현재도 법원을 통해 변제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행정처 입장과 관련해서는 “단축된 사례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소급적용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박주민 의원 측도 “(2017년 12월) 개정 법에서 변제기간의 상한을 단축한 입법자의 의도는 채무자를 신속하게 사회에 복귀시키는 것”이라며 “개정법 시행 전에 회생절차를 신청하거나 변제계획을 인가받은 채무자와 시행 후에 신청 또는 인가받은 채무자를 서로 달리 취급하는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