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가 경찰에 당시 자유한국당 울산시장선거 후보였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수사’를 지시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을 소환 조사했다. 앞서 김 전 시장 측근 비위를 청와대에 제보한 송병기 현 울산시 경제부시장에 이어 관련자 소환 조사가 잇따르면서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의 소환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전날과 이날 이틀 연속으로 박기성 전 울산시장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박 전 실장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 전 울산의 한 아파트 건설 과정에서 특정 업체가 레미콘을 수주받도록 강요했다는 의혹으로 울산경찰청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경찰은 직권남용 혐의 기소의견으로 그를 검찰에 넘겼으나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전 시장은 결국 지방선거에서 낙선했다. 박 전 실장의 비위 의혹을 당시 송철호 현 울산시장 선거캠프에 몸 담고 있던 송 부시장이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소속 행정관에게 제보한 것으로 파악돼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이 확산했다.
검찰은 박 전 실장을 상대로 당시 울산경찰청에서 조사받은 내용 등을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실장은 검찰이 자신의 비위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자 당시 울산경찰청장으로 수사를 지휘한 황운하 대전경찰청장이 ‘정치수사’를 했다며 고소·고발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검찰의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수사 관련 소환 대상에 당시 청와대 민정라인의 조 전 장관과 백 전 비서관 등 외에 황 청장도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청사 1층 현관에서 취재진과 만난 박 전 실장은 “황 전 울산경찰청장에 대한 고발인으로서 조사를 받으러 온 것”이라며 “알고 있는 내용에 대해 충실히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박 전 실장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경찰과 검찰의 수사, 법원 재판 과정, 그리고 최근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송 부시장이 지금 검찰이 수사하는 ‘권력형 선거부정 사건’(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의 하수인이거나 공모자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며 “(울산시 공무원 출신인) 송 부시장이 송 시장의 당선을 위해 저와 동료들을 모함했고, 이 때문에 공무원 30여명이 죄인 취급을 받아가며 경찰에서 조사를 받아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6∼7일에는 송 부시장을 소환 조사했다. 법조계에서는 송 시장 역시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검찰은 송 시장이 경찰의 김 전 시장 측 수사의 직접적인 수혜자인데다 문재인 대통령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인 만큼, 그가 송 부시장의 제보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송 시장은 지난 5일 송 부시장이 청와대 제보한 일은 몰랐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