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수도권과 충북에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다. 이달부터 ‘미세먼지 계절관리제’가 시행된 지 열흘 만에 울린 첫 경보음이다. 그러나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미세먼지특별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여전히 잠자고 있다.
9일 환경부는 서울과 경기도, 인천 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76㎍/㎥ 이상)으로 예상됨에 따라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비상저감조치는 오늘 50㎍/㎥를 초과하고, 내일도 50㎍/㎥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거나 오늘 농도가 낮더라도 내일 75㎍/㎥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충북도 오늘, 내일 연속 50㎍/㎥ 초과가 예상돼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졌다.
통상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지면, 공공부문 차량 2부제 등이 시행된다. 그런데 이번 겨울부터는 내년 3월까지 ‘고농도 계절’로 묶어 비상저감조치에 준하는 대책을 상시 시행하는 계절관리제가 가동 중이어서 추가 조치 사항이 많지는 않다.
현재 수도권과 6개 특·광역시(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세종)에 소재한 행정·공공기관의 공용차량과 근무자의 자가용 차량은 차량 2부제가 시행 중이다. 10일은 여기에 추가로 충북에서도 공공부문 차량 2부제가 실시되고, 수도권에서는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이 제한된다. 5등급 차량 운행제한 위반시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또, 석탄화력발전소 10기의 가동이 중단되며, 41기는 출력을 80%로 낮춰 가동된다. 경기지역의 중유발전 3기도 상한제약을 시행한다.
우리나라는 한파가 물러난 8일부터 미세먼지 농도가 오르기 시작해 9일 오전 서울과 경기에서는 한때 50㎍/㎥를 넘었다. 서울 강동구와 경기 포천에서는 최고 76㎍/㎥, 98㎍/㎥가 찍히기도 했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는 이날 미세먼지가 유입되고, 국내에서 배출된 먼지도 정체되면서 고농도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오후 3시(현지시간 기준) 현재 중국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186㎍/㎥, 산둥성 옌타이는 225㎍/㎥로 매우 높다. 이런 고농도의 먼지는 10일 오전 또 한 차례 우리나라로 유입될 전망이다.
고농도 미세먼지는 11일까지 이어진 뒤 기온이 평년 수준으로 내려가는 12일 대기 확산이 원활해지면서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미세먼지 고농도 때만 반짝 시행되는 기존의 비상저감조치로는 겨울철 미세먼지 농도를 떨어트리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계절관리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도심 미세먼지 주요 배출원인 수송 부문은 국회에 발목이 잡혀 정책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수송 부문 주요 대책인 노후 경유차 운행을 제한하려면 미세먼지특별법에 근거를 담아야 하는데, 개정이 늦어지면서 지방자치단체 조례 제정도 늦어지고 있어서다.
2016년 기준 직접 배출되는 미세먼지와 가스상으로 나와 공기 중에서 합성되는 미세먼지 양을 다 더했을 때 경유차가 수도권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로 1위 배출원이다.
오는 11∼12일 국회 환경소위원회 일정이 잡히긴 했지만, 미세먼지특별법이 안건에 오를지는 알 수 없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정애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안건은 미정이고, 사실상 일정만 잡은 상황”이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의원실 관계자도 “현재 노동현안으로 자유한국당이 소위 자체를 거부하고 있어 실제 열릴지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