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기고]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모두 실천해야 성공한다

2019년 12월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시행에 들어갔다. 내년 3월 말까지 시행될 예정이다. 언제부턴가 겨울이 오는 게 추워서보다 미세먼지 때문에 더 두려워졌다. 추위야 옷이나 난방으로 그럭저럭 대처할 만하지만, 미세먼지는 개인 수준에선 마스크를 쓰거나 공기청정기를 돌리는 것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고농도가 예상되는 4개월 동안 한시적이지만 좀 더 엄격히 관리해보자는 취지에서 계절관리제를 실시하게 된 것이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어떤 조치는 일부 개인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수도권 내 운행 제한이나 공공기관 차량 2부제가 그렇다. 전자의 경우, 아직 미세먼지특별법 개정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개정이 완료되지 않아 일정한 계도기간을 거쳐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5등급 차량 운행자들 형편이 여의치 않음을 알기에 차량 교체를 무조건 강제하지는 않고 있다. 수도권에 등록된 5등급 차량 중 영업용과 화물차, 저공해조치 완료 및 신청 차량 등은 제외한 28만대가 시행 대상이다.

공공기관 차량 2부제는 이달부터 전국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공공기관 차량 2부제 관련 기사들을 보니 아직도 제대로 홍보가 덜 되어 불만과 혼란이 많다고 한다. 관공서 인근 불법 주정차가 늘고 출입통제 시간에 앞서 ‘얌체주차’를 한 경우도 있단다. 글쎄, 몰랐다는 말은 다소 궁색한 변명으로 들린다. 필자가 재직 중인 학교는 공공기관이라 연일 안내 문자와 메일이 왔던 걸 보면 다른 기관도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싶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이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바로 미세먼지 문제다. 모두가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모두가 어떤 방식으로든 미세먼지 발생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낮은 일부 기관에서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국가유공자·장애인·임산부·유아 동승 차량이나 경찰·소방용 등 특수목적 차량은 물론이고 전기차·수소차·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차량과 경차도 2부제에서 제외된다. 그러니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이참에 차량을 친환경차로 교체하는 건 어떨까? 이런 제안에 대해, 비용이 들어가는 문제를 함부로 쉽게 말한다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어차피 가야 할 방향이다. 미세먼지만이 아니라 기후위기 때문에라도 이제 누구라도 친환경차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공공기관 종사자들부터 먼저 바꾸자. 형편이 안 되는 경우도 없지 않겠지만,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칠 권리가 없음을 상기해야 하지 않을까?

다른 많은 부문별 조치들도 있지만 이 기회에 산업계에 당부하고 싶다. 앞서 말한 수송부문 미세먼지 배출 비중이 29%인 데 비해 산업부문은 41%로 최다 배출원이기 때문이다. 산업체들은 곧잘 말한다. 이렇게 규제하면 어떻게 기업을 경영하겠냐고. 배출 규제에 응하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하니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기업이 미세먼지로 국민 건강을 해칠 권리는 없다. 뒤집어 보자면, 오히려 이제까지 제대로 된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채, 국민 건강을 침해하면서 이익을 누린 게 아닐까? 불법배출을 차단하고 감축을 지원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불법 배출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 모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모두의 참여와 협력이 절실하다. 산업체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계절관리제 기간은 비상사태에 준하는 시기다. 모두의 비상한 각오와 실천이 필요한 때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