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으로 레드라인을 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켈리 크래프트 유엔주재 미대사는 그제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의 도발은 미래를 향한 더 나은 길을 찾는 기회의 문을 닫을 위험이 있다”며 북한 도발 시 고강도 제재를 경고했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의 구체적 조치를 병행적이고 동시적으로 취할 준비가 돼 있다”며 유연하게 접근할 준비가 돼 있다고도 했다.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유인하기 위해 강온 양면작전을 구사하는 형국이다.
크래프트 대사의 병행적·동시적 접근법 언급은 북한이 요구하는 선 체제보장·제재완화에 손사래를 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단계적 조치를 추구하는 북한의 살라미 전술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속내도 읽힌다. 크래프트 대사의 발언은 ‘유연한 접근’에 방점이 찍혀 있다. 북한 요구사항 일부에 대해 타협할 여지를 내비친 것이다. 북한도 유연한 대응에 나서야 할 때다. 그러나 북한 외무성은 어제 “미국이 도발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며 앞으로 강경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북한이 ICBM 발사나 핵실험에 나설 경우 북한은 경제적 번영과 정상국가로 나아가는 길이 막힐 것이다. 북한은 실기하지 말고 대화 궤도에 다시 올라타야 한다.
북·미 대치는 협상 주도권을 둘러싼 샅바싸움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북한은 ICBM 발사 움직임을 감추기 위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 지하 철로역을 건설하는 등 도발 징후가 날로 커지고 있다. 이에 맞서 미국은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등을 연일 한반도 상공에 띄워 대북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다.
북한의 ‘잘못된 선택’을 막으려면 국제사회가 단합해야 하는데 중국과 러시아는 딴소리를 하고 있다. 중국·러시아의 유엔 대사는 안보리 회의에서 대북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오는 22일까지 이행해야 하는 북한 노동자 송환에도 소극적이다. 유엔 대북제재에 구멍을 내고 있는 중국·러시아의 북한 감싸기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미국 측 협상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후보자가 15일 방한해 북측과의 판문점 접촉을 모색한다고 한다. 막판 타협의 가능성을 닫지 말고 협상 재개의 실마리를 마련하길 바란다. 우리 정부도 대북 특사 파견 등 상황을 반전시킬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북한 비핵화의 시곗바늘을 과거로 돌리는 일은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