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로 선거에서 떨어졌다는 김기현(60) 전 울산시장은 15일 검찰에 참고인으로 출석하면서 "청와대 오더(지시)가 있었다는 얘기가 많이 들렸다"며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이날 오후 2시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에 나온 김 전 시장은 기자들에게 "황운하 청장이 울산에 부임하고 몇 달 안 지나 김기현을 뒷조사한다는 소문이 계속 들리더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시장은 "(청와대 하명수사가) 3·15 부정선거에 비견되는 매우 심각한 헌정질서 농단 사건이다"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짓밟는 행위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책임자가 누군지, 배후의 몸통은 누군지 반드시 밝혀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전 시장은 '첩보를 관례에 따라 경찰에 이첩했을 뿐이다'는 청와대 해명에 대해선 "청와대가 첩보를 수집했다고 송병기가 증언까지 했다. 자연스럽게 접수된 걸 하달했다 혹은 이첩했다고 하는데, 청와대가 연락을 해서 사람들에게 정보를 달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자연적으로 첩보가 접수됐다면 하나하나 그대로 넘겨야지 리스트를 왜 만드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당사자가 모두 다른 사건이기 때문에 누군가 일부러 취합하지 않고는 '리스트'가 만들어질 수 없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김 전 시장 비서실장과 관련된 비리첩보를 경찰청을 통해 2017년 말 울산경찰청으로 넘겨 울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수사에 나섰다.
이를 놓고 김 전 시장측은 청와대 하명을 받은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현 대전청장)이 총대를 메고 자신을 엮으려 했으며 결과적으로 낙선으로 이어지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시장 측은 측근 비리의혹 등에 검찰이 무혐의 처분하자 지난 3월 당시 수사를 지휘한 황운하 청장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고소·고발했다.
황 청장은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수사토록 했을 뿐이며 첩보가 청와대로부터 이첩받은 사실 자체도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며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