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아시안컵과 하반기 2022 카타르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상대의 밀집수비와 맞서며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여러 장점을 잃었다. 빠른 속도에 기반한 압박과 패스플레이, 과감한 슈팅, 그리고 골이 사라진 ‘벤투호’ 축구에 팬들은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대표팀 경기장에 환호성이 사라져갔다.
15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중국과의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2차전. 12월의 한복판에 비교적 쌀쌀한 날씨 속에서 경기가 치러졌지만 이날은 올해 여타 한국 대표팀 경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속에 90분이 흘러갔다. 사라졌던 팬들의 환호성이 돌아온 것. 오랜만에 시원시원한 선수들의 플레이가 그라운드 위에 펼쳐졌고, 덕분에 관중들은 유난히 밝은 표정으로 경기를 즐겼다.
이날 경기는 한국의 1-0 승리. 전반 13분 코너킥 상황에서 나온 수비수 김민재(23·베이징 궈안)의 헤딩골이 유일한 득점으로 결과로만 보면 한국의 완승이라고 보기 힘들다. 그러나 내용 면에서는 대표팀은 시종 중국을 압도했다. 무엇보다 최근 경기에서 실종됐던 속도감이 돌아왔다. 이날 벤투 감독은 센터백인 김민재, 김영권(29·감바 오사카)에게 좀더 적극적인 빌드업 관여를 주문했고, 두 선수의 롱패스와 대표팀의 한층 빨라진 속도감있는 패스워크가 조합돼 경기 주도권을 초반부터 잡아나가는 데에 성공했다. 빨라진 속도감은 수비에서도 빛을 발했다. 중국 공격을 전방부터 빠르게 압박해 빼앗길 볼을 곧바로 탈취해오는 모습을 여러번 보여준 것. 덕분에 벤투호 가 추구하는 ‘지배하는 축구’가 90분동안 이어졌다. 파울루 벤투 감독도 경기 뒤 “상대를 누르고 우리가 경기를 콘트롤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다만, 골의 짜릿함을 많이 느낄 수 없었다는 것이 아쉬웠다. 이날 한국은 경기를 지배하는 가운데 수차례 골 찬스를 만들고도 매번 아쉽게 기회를 놓쳤다. 잃었던 결정력을 아직 되찾지 못한 채 결국 결승골은 앞선 홍콩과의 1차전과 마찬가지로 세트플레이에서 나왔다. 벤투 감독도 “공격의 비효율성은 최근 몇 경기뿐 아니라 내가 부임한 뒤 계속된 문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주도적인 경기스타일을 계속 유지한 채 결정력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번 대회에서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은 2연승으로 대회 3연패에 성큼 다가섰다. 현재 일본에 골득실에서만 뒤진 2위로 18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리는 최종전 결과에 따라 우승 향방이 결정된다.
한편, 앞서 펼쳐진 여자부 2차전에서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강채림(21)의 멀티 골과 정설빈(29·이상 인천현대제철)의 헤딩쐐기골을 앞세워 3-0으로 승리했다. 콜린 벨 여자 대표팀 감독은 부임 이후 2경기째 만에 첫 승리를 맛봤고, A매치 데뷔골을 터트린 강채림은 ‘벨 감독 체제’에서 1, 2호 골의 주인공이 됐다. 1차전에서 중국과 비긴 한국은 대만을 꺾고 1승1무를 기록해 2승을 거둔 일본에 이어 2위에 올랐고, 남자부와 마찬가지로 17일 일본과의 최종전에 따라 우승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부산=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