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사가 전문성과 윤리성을 키워 우리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걷어내고 국민에게 봉사하고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존재로 거듭나야 할 때입니다. 감정평가의 독립성과 신뢰성, 공정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생각입니다.”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국감정평가사회관에서 만난 김순구 한국감정평가사협회장의 포부다. 최근 협회가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협회는 1989년 설립되어 2016년 ‘감정평가및감정평가사에관한법률’ 시행으로 법정단체가 됐다. 한국의 감정평가사 5007명 중 4080명이 정회원으로, 526명이 준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 3월 제16대 협회장으로 취임했다.
지난 30년을 넘어 새로운 비전을 구상 중인 김 회장은 감정평가사의 전문성 제고와 감정평가 산업의 건전한 발전, 국민 재산권보호 등을 핵심 과제로 꼽고 있다. 특히나 최근에는 부동산시장 불안과 주택 공시가격에 대한 신뢰성 저하 등으로 감정평가의 공적 기능 강화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요구가 더욱 거세지는 형국이다.
이에 우선 김 회장은 감정평가법을 정비해 ‘감정평가업자’라는 용어를 바꾸려고 한다. 건설산업기본법이 과거 ‘건설업자’라는 용어를 ‘건설사업자’로 바꿨고, 공인중개사도 공인중개사법을 개정해 ‘업자’ 용어를 삭제했는데 유독 현재 감정평가법만 ‘업자’라는 말을 쓴다.
김 회장은 법조문의 감정평가업자를 ‘감정평가사 또는 감정평가법인 등’으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업자’라는 용어는 국민에게 부정적 인식을 초래할 수 있다”며 “명칭을 변경하는 것은 의뢰인이 감정평가사의 감정평가 업무에 개입할 여지를 없애고 공공성을 담보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감정원 명칭에서 ‘감정’을 도려내는 일도 김 회장의 역점 현안이다. 앞서 2015년 정부는 한국감정원의 기능 조정을 의결하면서, 감정원에 모든 감정평가 업무에서 철수하고 부동산 조사·통계, 타당성 조사 등의 공적 기능에만 주력하라고 주문했다. 또 이런 기능 전환에 따른 기관명칭 변경도 검토하라고 했다. 그런데 여전히 한국감정원의 명칭은 그대로다. 그래서 국민 96.8%가 한국감정원을 감정평가 기관으로 오해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김 회장은 “감정원은 2016년부터 감정평가 시장에서 철수했는데 여전히 유사 감정기관처럼 인식되고 있다. 국민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감정원과 협회 각각의 역할을 분명히 하기 위해 명칭 변경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한국감정원을 ‘한국부동산원’, ‘한국부동산조사원’으로 이름을 바꾸는 법안이 각각 발의되어 있다.
이 밖에도 김 회장은 “감정평가 보수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89년에 감정평가액 2000만원 미만에 5만원으로 정해진 최저수수료는 2014년 5000만원 미만의 경우 20만원까지 인상된 뒤 제자리걸음이다. 2016년과 2017년 국토교통부의 외부 용역에선 이 금액을 80만원에서 140만원까지 올려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는 “지방 감정의 경우 출장비가 보수보다 많은 경우가 허다하다”며 “그렇다고 수수료를 한 번에 다 올릴 수는 없고 30만원까지는 인상해줘야 부실평가에 따른 국민경제 악영향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시대에 발맞추려는 협회 자체 움직임도 분주하다. 협회는 별도 기구로 ‘감정평가추천센터’를 설립했다. 협회 외부의 교수진 등으로 구성된 센터는 의뢰인에게 적절한 감정평가사나 법인을 시스템에 의해 추천한다. 일부 의뢰인이 입맛에 맞는 감정평가사를 선택해 유리한 평가액을 받아내던 과거의 관행을 탈피하고 투명성을 제고하려는 조치다. ‘감정평가심사위원회’도 있다. 이들은 감정평가서가 의뢰인에게 제출되기 전에 평가의 절차나 방법이 정당했는지를 검토한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준비를 협회 차원에서 진행 중이다. 협회에 관련 태스크포스를 꾸려 운영 중이고, 2022년 정보전략화 사업에 30억원 등을 투입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감정평가산업의 건전한 발전 도모, 국민 재산권 보호 및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가 협회 설립 목적”이라며 “감정평가사가 국민에게 사랑받고 국가와 사회에 꼭 필요한 자격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더욱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글·사진=나기천 기자 na@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