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측근비리를 청와대에 최초로 제보했다고 알려진 송병기(사진)울산시 경제부시장이 검찰이 압수한 자신의 수첩이 업무수첩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검찰의 도·감청 의혹도 제기했다.
송 경제부시장은 23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압수된 제 수첩은 개인적인 단상과 소회, 발상, 풍문 등을 적인 일기형식의 메모장에 불과하다”며 “제 기억에 없거나 제 머릿속 생각을 적었기 때문에 사실이 아니거나 오류가 많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송 부시장은 수첩의 잘못된 기록의 예로 ‘2018년 3월31일 청와대 회동’에 대해 설명했다.
송 부시장은 “지난해 3월 31일 저와 송철호 울산시장, 정몽주씨가 이진석 청와대 사회정책 비서관과 모여 공공병원 공약을 회의한 것처럼 수첩에 나오는데, 이는 결단코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3번의 검찰 조사를 받으며 자신이 직접 찾아보니 그날은 토요일이었고 지인들과 함께 골프를 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송 부시장은 검찰의 도·감청 의혹도 제기했다. 검찰 조사 시작 후 송 시장과 송 부시장 둘 만의 통화내용을 검찰에서 녹취해 들려줬다는 것이다.
송 부시장은 “지난 20일 검찰 소환 조사에서 2018년 3월 31일자 진술이 잘못됐다고 검찰에 말했다”며 “그때 앞선 진술과 달리 말하면서 있는 그대로 진술 바로잡으려고 할 때 검사가 갑자기 녹취록을 들려주며 ‘이 녹음 내용으로 봤을 때 당신과 송철호가 증거 인멸을 시도 한 게 분명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들려준 녹취 내용은 지난 15일 송 부시장이 송 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2018년 3월 31일 청와대 비서관을 만난 (수첩) 기록에 대해 제가 후보자과 함께 만났다고 말했으니 참고하라”는 내용이었다.
송 부시장은 “깨끗한 음질의 녹음이었다. 개인적인 대화까지 녹음하게 된 것을 보고 너무 놀라 이의를 제기했다”며 “검사에게 합법적인 영장으로 진행했냐 물었더니 답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검찰청과 법무부에 사실관계 확인과 합법적인 절차인지 조사판단해 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한다고 밝혔다.
송 부시장은 2017년 7월17일 청와대 인근 식당에서 장한석 행정관과 모임을 가진 것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이 모임에 앞서 산재모병원이 예비타당성 심사에서 탈락될 것으로 예견되자 강길부(울산울주군) 의원실에서 송 시장 측에 도움을 요청했고, 김 전 시장을 돕는 일이라는 주변의 반대에도 송 시장은 울산에 도움이 된다며 이를 돕기로 했었다”며 “그런데도 김 전 시장이 예비타당성 통과가 확실시 됐는데 송 시장이 막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분명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송 부시장의 수첩을 토대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과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해 왔다. 송 부시장은 송철호 울산시장의 최측근으로 지난해 지방선거 때 송 시장의 선거캠프에서 활동하며 그의 당선을 도왔다.
이달 초 송 부시장은 송 시장의 경쟁자였던 자유한국당 후보 김 전 시장 측근의 비리 의혹을 청와대에 제보한 당사자로 밝혀지기도 했다. 검찰이 확보한 송 부시장의 업무수첩에는 ‘BH 회의’, ‘BH 방문’ 등 청와대 관계자와의 접촉을 의미하는 일정 내용이 적혀 있다고 한다.
또 그의 수첩에는 송 시장의 민주당내 경쟁자 였던 ‘임동호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 제거’, 김 전 시장의 공약이었던 ‘산재모병원→좌초되면 좋음’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은 청와대 등이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를 미리 알았는지 확인하가 위해 지난 20일 예비타당성 조사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국 타당성심사과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을 압수수색해 업무자료와 컴퓨터(PC) 하드디스크 기록 등을 확보했다.
또 같은 날 송 부시장도 울산지검으로 불러 12시간가량 조사했다. 검찰은 당시 조사에서 송철호 울산시장의 공약 수립과 이행 과정 등을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송 부시장은 앞서 지난 17일에도 정상 출근한 뒤 오전에 돌연 연가를 내고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지난 6일과 7일에도 이틀 연속 조사를 받았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