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분쟁조쟁안을 적극 수용하고 파생결합펀드(DLF) 배상 관련 최선을 다해 달라.”
손태승(사진)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DLF 배상에 대해 강하게 주문했다.
손 회장은 23일 새로 선임된 25명의 신임 본부장을 포함한 전국 영업본부장 회의를 소집해 연말 마무리 영업에 대한 당부와 내년도 경영 방향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고 DLF 배상과 관련해 최선을 다해 줄 것을 강력히 주문했다.
손 회장은 “고객신뢰 회복의 첫걸음은 피해고객에 대한 성실하고 신속한 배상”이라면서 “고객 한분 한분의 입장을 적극 반영하고, 고객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추가적으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는 등 최선을 다해 배상에 임해달라”고 지시했다. 그는 이어 “2020년 경영목표인 ‘신뢰·혁신·효율’ 달성을 위해 은행의 모든 제도와 시스템을 고객 입장에서 재점검하고 혁신해 나갈 것”이라면서 “20년 만에 획기적으로 변경되는 KPI 제도의 조기 정착을 위해 영업본부장의 역할과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고 당부했다.
손 회장의 강력한 주문에 본부장들은 고객 신뢰를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을 냈다. 일부 영업본부장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배상이 끝나더라도 고객 피해가 남은 만큼 영업본부장 이상 임직원들이 급여를 일부 반납해 소비자보호기금을 만들자는 제안을 냈다.
손 회장의 DLF 사태 처리와 관련된 강력한 주문은 향후 거취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손 회장의 지주사 회장 임기는 내년 3월이며, 은행장 임기는 내년 12월이다. DLF 사태로 리더십에 약간 흠이 나긴 했지만, 지난 1월 지주 출범 이후 실적을 보면 손 회장의 연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평가다.
한편,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열린 출입기자단 기자간담회에서 키코(KIKO) 문제를 언급하며 은행들의 협조를 부탁했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변동할 경우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도록 한 파생금융상품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예상치 못하게 환율이 급등하면서 키코 계약을 맺은 중소기업들이 큰 손실을 봤다. 금감원은 최근 분조위를 개최하고 은행이 4개 기업에 대해 256억원을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윤 원장은 “해외 같은 데서 보면 은행이 어느 정도 수용을 해주는 결과를 볼 수 있다”며 “한국도 신뢰 회복 차원에서 대승적으로 은행들이 좀 받아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윤 원장이 키코 분쟁조정 관련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 은행들은 분쟁조정 결과 수용에 대한 부담감을 안게 됐다. 이번에 분쟁조정 대상이 된 4개 기업을 제외하고도 147개의 분쟁조정 대상 기업이 남았는데 해당 기업에 대한 은행의 배상액은 2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