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장관직을 내려놓은 지 70일 만에 구속 위기에 놓였다. 지난 8월 장관 내정 직후 불거졌던 사모펀드나 가족의 웅동학원 관련 비리 의혹이 아니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에 연루되면서다. 법원의 영장 발부는 검찰이 2017년 특별감찰 당시 조 전 장관과 특별감찰반이 유 전 부시장의 비위를 어느 수준까지 알고 있었는지 소명해내느냐에 달린 것으로 관측된다.
23일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가 조 전 장관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지난 8월 법무부 장관 지명 후 4개월 넘게 이어져 온 ‘조국 사태’가 중대한 분수령을 맞게 됐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유 전 부시장이 특별감찰 도중 돌연 감찰을 받지 않겠다고 잠적하면서 수사권이 없는 특감반이 더 이상 감찰을 이어갈 수 없었고, 당시 수사 의뢰 등의 조치를 취할 만큼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지는 못해 사표를 받는 선에서 감찰을 마무리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고 있다. 감찰 중단의 ‘정무적’ 최종 책임은 자신에게 있지만 당시 상황으로 비추어 볼 때,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는 게 조 전 장관 측의 일관된 입장이다.
조 전 장관 측의 이러한 주장과는 달리 검찰 수사는 당시 특감반원이 유 전 부시장을 상대로 휴대전화 포렌식 조사와 수차례 대면 조사를 진행하면서 업체 관계자 등으로부터 차량 및 운전기사 제공, 자녀 항공권·유학비 대납 의혹 등을 상당 부분 인지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 재직 시기를 전후해 금융업체 대표 등 4명으로부터 5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이미 구속 기소됐다. 결국 당시 이를 알고도 사표를 받는 선에서 마무리한 것은 사실상 비위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것으로 ‘감찰 무마’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이처럼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도 검찰이 영장을 청구한 배경에는 관련자들의 진술과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을 상대로 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으로 확보한 자료들로 충분한 물증을 확보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과 당시 특감반원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조 전 장관의 지시로 감찰을 중단했다는 취지의 진술과 이들이 보유하고 있던 당시 감찰자료 등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직무유기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 재판에서도 ‘국정농단’ 사건의 비선실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등을 상대로 우 전 수석이 감찰이 필요한 비위 정황을 충분히 인지했음을 전제로 유죄가 나온 만큼, 검찰이 조 전 장관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때 이를 충분히 고려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법원이 조 전 장관에 대한 영장을 발부할 경우, 검찰은 ‘감찰 중단’의 또 다른 윗선 개입 여부를 수사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조 전 장관의 신병확보를 토대로 수사가 사실상 청와대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에 대한 직접 조사까지 확대될 수 있다. 이 경우 우선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과 천경득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김경수 경남지사 등에 대한 수사가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영장이 기각됐을 때 맞닥뜨릴 후폭풍은 검찰도 우려하는 부분이다. 여권으로부터 ‘정치검찰’이라는 거센 공세에 시달려온 상황에서 조 전 장관에 대해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했다는 비판 여론까지 가세할 경우 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