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청와대가 “검찰의 허락을 받고 일하는 기관이 아니다”고 강력반발했다. 앞서 자신의 정무적 판단이었다고 법적책임에 선을 그은 피의자 조 전 장관의 해명과 일맥상통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에 대해 청와대가 사실상 법원을 향해 압박한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조국 영장청구에 강력반발하는 청와대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3알 서면브리핑에서 “민정수석비서관실은 수사권이 없어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본인 동의하에서만 감찰 조사를 할 수 있었다”며 “본인이 조사를 거부해 당시 확인된 비위 혐의를 소속 기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상황에서 검찰 수사를 의뢰할지 소속 기관에 통보해 인사 조치를 할지는 민정수석실의 판단 권한”이라며 “청와대가 이런 정무적 판단과 결정을 일일이 검찰의 허락을 받고 일하는 기관이 아니라는 입장을 다시 한번 밝힌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6일과 18일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에 출석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감찰 중단의 최종 책임자인 조 전 장관이 유 전 부시장의 비위 내용을 파악하고도 당시 유 전 부시장이 소속 기관이던 금융위원회에 사표를 내도록 하는 선에서 마무리한 건 재량권의 범위를 넘어선 직권남용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감찰 중단의 최종 책임자인 조 전 장관이 유 전 부시장의 비위 내용이 중대하다는 것을 알고도 당시 유 전 부시장이 소속 기관이던 금융위원회에 사표를 내도록 하는 선에서 마무리한 것이 재량권의 범위를 넘어선 직권남용이라고 보고 있다. 감찰무마 의혹은 민정수석실이 2017년 8월 금융위원회 국장으로 있던 유 전 부시장이 업체들로부터 금품과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비위 혐의를 포착하고특별감찰에 착수했다가 ‘윗선’의 개입으로 3개월여만에 돌연 중단했다는 김태우 전 수사관의 폭로로 불거졌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원회 재직 시기를 전후해 금융업체 대표 등 4명으로부터 총 4950만원 상당의 금품 등을 수수하고 제재 감면 효과가 있는 금융위원회 표창장을 관련 기업들이 받도록 해주는 등 부정행위를 한 혐의로 지난 13일 구속기소됐다.
◆사실상 가이드라인…‘내로남불’ 논란
윤 수석은 이 같은 발언은 사실상 검찰이 조 전 장관에게 적용한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얘기로 읽힌다.
청와대는 검찰의 수사 이후 시종일관 조 전 장관이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 감찰을 중단하고 유 전 부시장 소속 기관인 금융위에 비위 통보를 한 것은 적법 절차였다고 주장한다. 검찰은 청와대 감찰에서 중대한 비위 사실이 드러난 만큼 수사기관에 감찰 결과를 이첩했어야 했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의 이러한 대응은 피의자인 조 전 장관이 정무적인 판단이었다고 한 해명과 일맥 상통한다. 조 전 장관은 검찰의 1차 조사에서 “유 전 부시장의 비위 감찰 중단 조치에 대한 최종 정무적 책임은 내게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정무적 책임을 질 수 있는 있겠지만 직권남용 등 형사적 책임을 질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해야하는 법원으로서는 청와대의 이러한 발언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지난 2014년 1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정윤회씨 등 비선실세의 국정개입 내용이 담긴 청와대 문건 유출이 국기문란 행위이며 적폐”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은 내용의 진위를 포함해서 이 모든 사안에 대해 한 점 의혹도 없이 철저하게 수사해서 명명백백하게 실체적 진실을 밝혀 주길 바란다. 또한 악의적인 중상이 있었다면 그 또한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해 당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으로부터 사실상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비판에 제기됐다. 당시 박범계 새정치연합 의원은 “(수석비서관 회의 중 박근혜 대통령의) 전체적인 말씀의 대부분이 문건의 유출에 주로 포인트가 맞춰져있다는 점은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이제까지 드러난 의혹만 놓고 봤을 때 조 전 장관 구속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예상한다. 다만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이미 구속 상태인 것은 변수다. 부부를 모두 구속한다면 법원의 부담도 상당할 거라는 얘기다. 조 전 장관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26일 밤 결정될 전망이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