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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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설문 '反문재인' 기류 왜?…소수의견 과다대표인가 보수화인가

“최악 대통령은 문재인”

 

일부 의견의 과대 포장일까. 전체의 공통된 의견일까.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법무부 장관 임명을 계기로 서울대생들이 현 정부에 갖는 반감 기류가 커지고 있다. 최근 서울대 동문·교직원이 활동하는 ‘스누라이프’(SNULife)에 실시된 최악의 대통령 설문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1위를 기록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일부 소수 의견이 과다하게 대표되고 있다면서도 과거에 비해 젊은층들이 보수화됐다고 진단했다.

지난 9월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앞에서 열린 ‘조국 교수 STOP! 제3차 서울대인 촛불집회’에서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뉴시스

◆서울대생 자체 여론조사

 

24일 서울대 관계자에 따르면, 스누라이프에서 지난 19일부터 시작된 ‘문민정부’ 이후 최악의 대통령을 뽑는 투표에서 문재인정부에 대한 반감 기류가 감지됐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투표는 이날 오전 10시30분 기준 1028명이 투표했다. 문 대통령이 89%(919명)로 압도적 1위였고, 박 전 대통령이 7%(74명)로 뒤를 이었다. 

 

지난 5일 진행된 서울대 시국선언 찬반 여부 투표에서도 전체 응답자 716명 중 89%(643명)이 현 정부에 대한 시국선언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같은 투표에서 전체 응답자의 90% 이상이 현 정부의 부동산·외교·경제 정책이 잘못됐다고 답했다. 취업 준비 중인 서울대 졸업생 김모(29)씨는 “전반적으로 아마추어 정부”라며 “외교든 경제든 전문성보다 진영을 우선해 인재를 등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광화문에서도 현 정부 규탄 집회…전문가 “밀레니얼 세대 보수화”

 

현 정부에 대한 서울대생들의 부정적 기류는 이른바 ‘광장’에서도 감지된다.  지난 21일 서울대생들이 주도로 국내 16개 대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공정추진위원회’는 서울 광화문에서 ‘우리가 원하는 공정한 대한민국’ 집회를 진행했다. 특히 이들은 문재인 정권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다뤘다. 이날 김근태 공정추진위 대표는 “현재 대한민국 상황을 보면 국민들은 분열돼 있고 사회적 갈등은 끝없이 깊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달 30일에도 서울 광화문에서 ‘우리가 원하는 공정한 대한민국’란 집회를 열었다. 당시 위원회 측은 “정부는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고 말하지만 청년세대는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청년세대가 서서히 끓는 솥 안에 빠진 개구리처럼 죽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지난 8월 ‘조국 사태’ 이후 서울대생의 현 정부에 대한 반발 목소리는 조금씩 새어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부 서울대생의 이 같은 목소리가 서울대생 전체 의견 대표할 순 없다면서도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가 과거에 비해 보수화된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석호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교내 커뮤니티의 설문조사로는 일부 목소리가 과다하게 드러날 수 있다”면서도 “다만 (현재 대학생으로 볼 수 있는) 밀레니얼 세대는 과거 젊은 세대에 비해 보수화된 것은 맞다”고 말했다.

 

김중백 경희대 교수(사회학)도 “일부 설문조사가 전체 의견을 대표할 순 없다”면서도 “현 정부가 출범 이후 (대학생들의 시선에서) 몇 가지 실정을 일으키면서 대학생들의 실망이 커진 결과”라고 진단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