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4+1 협의체’의 선거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 맞서 ‘비례한국당’ 출범을 공식화하자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도 ‘비례민주당’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검토론도 솔솔 나오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절대 아니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비례한국당이 생겨 연동형 비례의석을 대거 가져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5일 세계일보가 비례민주당과 비례한국당 출범을 가정하고 국회 의석수 변화를 계산한 결과 이 경우 거대 양당 구도가 더욱 심화되면서 연동형 비례대표 취지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성정당의 비례의석을 합한 민주당과 한국당 의석은 각각 140석, 110석으로 현재(129명, 108명)보다 늘고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은 반대로 줄어든다.
이 계산에는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인 민주당 39.9%, 한국당 30.9%, 바른미래당 4.8%, 정의당 6.6%, 민주평화당 1.4%, 우리공화당 1.7%의 정당지지율을 적용했다(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과 한국당 지지율은 각 위성정당에 100% 그대로 옮겨간다는 것을 전제했다.
비례민주당과 비례한국당 창당 시 양당은 연동형 비례의석 30석 중 각각 16석과 12석을 가져가게 된다. 정의당은 2석이다. 진짜 민주당과 한국당, 바른미래당은 지역구 당선자가 연동형 기준 의석보다 많아 1석도 건지지 못하고, 나머지 군소정당은 비례 봉쇄조항(정당득표율 3%)에 막혀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재 국회에 상정된 선거법 개정안의 산식에 따르면 비례민주당과 비례한국당, 정의당은 각각 55석, 43석, 8석의 연동의석을 갖는다. 합하면 106석으로 전체 연동의석인 30석을 초과한다. 조정의석 개념을 도입해 재계산하면 16석, 12석, 2석으로 30석 안에서 배분된다.
병립형 비례의석을 받을 수 있는 정당은 3개 정당에 바른미래당까지 4개다. 3% 미만 군소정당을 아예 빼버린 4개 정당만으로는 100%가 되지 않아 가중치를 부여해 100%로 환산한 뒤 17석 안에서 나누면 비례민주당은 병립형 8석, 비례한국당 7석, 정의당 1석, 바른미래당 1석을 갖는다. 위성정당의 비례의석을 합한 국회 의석수는 민주당 140석, 한국당 110석, 바른미래당 16석, 정의당 5석으로 기존보다 양당 구도가 더 강화되는 결과를 낳는다. 연비제 도입에 따라 의석이 두 자릿수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던 정의당은 현 의석인 6석보다 오히려 줄어들게 된다. 반면 비례한국당만 출범할 경우 연동 의석인 30석이 비례한국당과 정의당에 각각 25석, 5석씩 배분돼 한국당 의석만 대거 늘어난다. 병립형 비례 7석까지 한국당은 비례에서만 32석이 생긴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