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아온 임동호(사진)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돌연 출국했다. 그는 지방선거에서 현 정부가 미는 후보의 당선을 위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로부터 불출마를 종용받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검찰은 이 사건 전모를 파악하는 데 필요한 ‘키맨’이 갑작스럽게 출국한 배경을 알아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지난 24일 울산경찰청과 임 전 최고위원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당일 임 전 최고위원이 출국한 사실을 알았다고 26일 밝혔다. 임 전 최고위원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울산시장에 출마하려 했으나 청와대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한병도 전 정무수석 등으로부터 출마 자제를 부탁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불출마 대가로 일본 오사카 총영사직을 요구했고 청와대 측으로부터 고베 총영사직을 역제안받았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당시 청와대가 임 전 최고위원에게 불출마를 종용한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의 ‘절친’ 송철호 현 울산시장의 당선을 위해서였다고 검찰은 의심한다.
검찰은 임 전 최고위원이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출국한 배경과 행선지 등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임 전 최고위원은 압수수색이 마무리된 이후 출국한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에 미리 알리지도 않았다”고 했다. 검찰은 출국 배경 등을 알아내기 위해 임 전 최고위원과 그의 가족을 접촉하고 있으나 모두 연락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도피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왜 이런 중요한 인물에 대해 출국금지 조처를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누군가가 임 전 최고위원 대신 출금 여부를 확인해준 뒤 출국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최고위원은 뒤늦게 “오사카의 민주연합 송년 모임에 참석했다”며 도피성 출국 의혹을 부인하고 28일 귀국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할 뜻도 내비쳤다.
울산 지역 정가에서는 “자세한 내막을 살피면 임 전 최고위원이 민주당과 모종의 약속을 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고 한다. 한 소식통은 “민주당으로서는 임 전 최고위원이 되도록 말을 아끼길 원할 것”이라며 “그 대가로 내년 총선에서 당 차원의 배려를 해주기로 약속을 받은 것 아니냐는 말이 지역에 무성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당내 경선 없이 송 시장을 단일 후보로 공천했다. 송 시장은 당시 김기현 시장을 누르고 당선됐다. 김 전 시장은 선거 기간 중 울산경찰청이 측근 비위 의혹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하자 지지율 하락을 극복하지 못하고 낙선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