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동안 열심히 살아온 사람도 2019년을 떠나보내면서 누구나 마음 한 구석에 아쉬운 마음이 들기 마련일 것이다. 매일의 일상 속에 365일이 언제 지났는지도 모르게 지나버리기 때문이다. 흘러가버리는 일상을 잡아채지 않으면 시간의 블랙홀 속에 우리 삶도 빨려들어 가버린다. 그러나 영화 ‘패터슨’(감독 짐 자무시)의 주인공 패터슨(애덤 드라이버)은 일상을 깃 삼아 관찰과 사유라는 잉크를 찍어 빛나고 감동적인 시를 탄생시킨다.
이 영화는 미국 뉴저지 주의 패터슨이라는 소도시에 사는 시를 쓰는 버스 운전기사 패터슨의 일상에 렌즈를 들이대며 요일 단위로 구조화돼 있다. 요일별 첫 장면은 언제나 패터슨이 아내 로라(골쉬프테 파라하니)가 곁에 누운 침대 위에서 깨어나는 아침이다. 늘 비슷한 시각에 혼자 일어나 식탁에서 우유를 넣은 시리얼을 먹고, 걸어서 회사로 출근하며, 버스 배차 시간에 대기하고 배차를 해주는 동료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잠깐 들은 후 패터슨 시내를 운전하고는 집으로 퇴근하는 일상이 월요일부터 그 다음 월요일까지 반복된다. 어찌 보면 아무런 의미 없이 단순 반복으로 보이는 일상이다. 하지만 영화는 매 순간 차이를 인식할 때 삶은 자신만의 색채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영화의 가장 빛나는 부분은 일상의 소소한 관찰이 시가 되는 과정이다. 패터슨은 시리얼을 먹을 때, 식탁에 놓여 있는 오하이오블루팁이라는 상표가 새겨진 조그만 성냥곽을 만지작거리며 성냥을 모티프로 생각하기 시작한다. 배차를 기다리며 조금씩 이에 대한 생각을 써나간다. 점심시간이면 아내가 싸준 샌드위치 도시락을 들고 패세익 폭포 앞 벤치에 앉아 힘차게 떨어지는 폭포수를 보며 시상을 가다듬곤 한다. 이 과정에서 평범한 듯 보이는 성냥은 놀랍게도 사랑의 불꽃이라는 시상으로 승화돼 멋진 사랑 시가 탄생하게 된다.
매년 새해를 맞을 때 결심 한 가지씩은 하게 된다. 내년에는 지키지 못할 대단한 결심을 하는 것보다는 패터슨처럼 주업 외에 한 가지쯤 색다른 취미로 일상을 재발견하는 것은 어떨까. 그렇다면 지루한 반복으로 여겨졌던 매일의 일상이 패터슨처럼 매 순간 살아 있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변화된 일상에 대한 멋진 기대 속에 한 해를 힘차게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황영미의영화산책] 일상이 시가 되는 새해 소망
기사입력 2019-12-27 22:40:36
기사수정 2019-12-27 22:40:37
기사수정 2019-12-27 22:4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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