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내년 4·15 총선에서 한국 정치사상 처음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실시되면서 선거 방식이 크게 바뀌게 됐다.
여야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는 이날 본회의에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강력히 저항하는 가운데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표결을 강행해 일방 처리했다. 개정안은 재석 167명 가운데 찬성 156명, 반대 10명, 기권 1명으로 가결했다. 제1 야당이 반대하는 선거법이 강행 처리된 것은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다. 본회의장에서 진을 치며 육탄 저지에 나섰던 한국당은 “날치기”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정국 경색은 한층 심화할 전망이다.
개정안은 현재의 의석구도(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를 유지하되 비례대표 의석 중 30석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연동률 50%)를 도입하는 내용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 30석은 각 당의 지역구 당선자 수와 정당 지지율 등에 따라 배분되며, 나머지 17석은 기존대로 정당 득표율에 따라 나뉘게 된다.
선거 연령을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들어있다.
앞서 지난 4월 30일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 당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원안은 현행 지역구 의석(253석)을 225석으로 28석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을 47석에서 75석으로 늘렸지만 4+1 협의체는 원안 그대로 올리면 통과가 어렵다고 보고 지난 23일 수정안을 만들어 제출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됨에 따라 내년 총선에서 국회 의석 분포와 정당 구도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지정 당시부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반대하면서 선거법 저지 투쟁을 벌였으나 재적 과반을 확보한 4+1 협의체의 ‘힘의 정치’에 밀려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한국당은 본회의 개의 전 의장석 주변을 점거하고 문희상 국회의장의 의장석 진입을 몸으로 막는 등 막판 저지를 시도했지만 또다시 실패했다.
지난 26일 0시까지 힘겨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벌였으나 선거법 처리 시기만 조금 늦췄을 뿐이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선거법 개정안 통과 직후 “명백한 불법으로, 원천 무효”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반발했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찰개혁법안 가운데 하나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도 이날 본회의에 일방적으로 상정했다.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는 한국당은 필리버스터에 돌입하는 등 처리 지연에 나섰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지난 26일 시작한 임시국회 회기를 28일 종료하는 내용의 ‘제373회 국회(임시회) 회기 결정의 건’을 의결해 공수처 법안은 오는 30일쯤 표결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