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과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제가 ‘막걸리’를 참 자주 마시는데요. 막걸리라도 마셔가면서 야당 정치인과 틈 나는대로 소통하겠다. 허물없는 얘기하면서 정책얘기, 사람얘기하겠다. 정책의 차이도 얘기를 하다보면 접점이 발견될 수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내정자 신분이던 2017년 5월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총리가 소통의 매개체로 꺼냈던 막걸리. 퇴임을 앞둔 이제는 이 총리의 상징이 됐다.
이 총리는 유력 정재계 인물들을 공식석상에서 만날 때 더 대화가 필요할면 “다음에 막걸리 회동을 하자”고 이야기를 건넨다. 매주 일요일 저녁 당정청이 총리 공관에 모여 국정 운영을 의논할 때 막걸리를 곁들이는 사실은 익히 알려졌다.
막걸리는 서민과의 교감을 이루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난 7일 이 총리는 태풍 미탁 당시 큰 피해를 입었던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신남마을을 찾았다. 지난 10월 피해상황을 둘러봤던 이 총리는 두 달만에 다시 찾아 복구현황을 점검하고 이재민 위로차 재방문하면서 주민들과 막걸리잔을 기울였다.
이 총리는 일본 순방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도 막걸리를 선물하기도 했다. 검은색 옻칠을 한 오동나무 상자 안에 경기도 포천 지역에서 생산한 프리미엄 막걸리 6병을 담아 아베 총리에게 미리 보냈다. 제품에는 들어있지 않던 막걸리 설명서까지 한국어와 일본어 버전으로 이 총리가 작성에 참여해 상자 안에 넣었다.
막걸리 애주가 이 총리가 지난 27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한국막걸리협회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막걸리협회는 “대한민국 국무총리로 재임하시면서 국민과 함께 숨 쉬고 울고 웃는 고귀한 자리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전통주 막걸리로 소통하여 주셨다”며 “그 넓고 깊은 뜻을 높이 받들며 감사의 뜻을 담아 이 패를 드린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이 총리는 “어디선가 사이다 총리라고 하는데 사실 먹은 것은 막걸리지 사이다가 아니다”라고 막걸리 예찬론을 펼쳤다.
이 총리 공관 초청 만찬에는 늘 막걸리가 등장했다. 이 총리는 초대받은 사람 중 주빈의 고향 막걸리를 내놓는다. 주빈의 출신지가 충북 진천이면 덕산 막걸리, 경북 안동이면 회곡 막걸리, 전북 정읍이면 송명섭 막걸리가 등장한다. 2017년 5월 31일 총리 취임 후 전국 95종 6500여병의 막걸리를 만찬 건배주로 테이블에 올렸다. 이 총리는 “대표를 모시기 부자연스러운 경우에는 서울막걸리 준비했다”며 “기회가 되면 지방의 균형 발전에 기여하도록 앞으로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리의 상징이 되자 막걸리는 순방길에도 어김없이 나온다. 몽골의 오흐나 후렐수흐 총리는 지난 3월 이 총리가 울란바토르를 방문했을 때 환영 만찬주로 막걸리를 준비했다. 그것도 이 총리 고향의 전남 영광 대마 할머니 막걸리였다.
이 총리는 평소 막걸리에 대한 생각도 이날 풀어놨다. 그는 “막걸리 재평가 필요하다. 서민 막걸리 유지하되 고급화 다양화도 필요하다”며 “2007~2010년 막걸리 인기 상승한 적이 있다. 그래서 일본 시장 진출했지만 오래 지속 안됐는데 이유는 싸다는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