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대작 영화 ‘미드웨이’의 국내 개봉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올 하반기 한국을 뒤흔든 반일감정이 이 영화 흥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미국의 대승으로 끝난 미드웨이 해전이 정작 일본 국내에선 ‘일본의 승리’로 둔갑했다는 역사적 사실도 알려져 눈길을 끈다.
◆니미츠 제독 역에 우디 해럴슨 등 호화 캐스팅
29일 영화계에 따르면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미드웨이’가 오는 31일 국내 극장가에서 상영을 시작한다. 에머리히 감독은 ‘인디펜던스 데이’(1996), ‘투모로우’(2004), ‘2012’(2009) 등 블록버스터 영화를 여럿 연출한 거장이다.
배우로는 우디 해럴슨, 패트릭 윌슨, 애런 에크하트, 루크 에번스, 닉 조나스, 에드 스크레인 등이 출연했다. 우디 해럴슨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하와이에 본부를 둔 미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관으로서 미드웨이 해전을 승리로 이끈 체스터 니미츠 제독 역을, 패트릭 윌슨은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한 일본의 다음 목표지가 미드웨이 해역이 될 것이란 점을 가장 먼저 파악해낸 해군 정보장교 에드윈 레이턴 역을 각각 맡았다.
미군과 일본군의 전투를 그린 영화인 만큼 일본인 배우도 여럿 모습을 드러낸다. 할리우드에서 활약한 아사노 다다노부가 일본 해군을 지휘한 야마구치 다몬 제독 역을 연기했다.
◆미국이 전력의 열세 딛고 이겨… "통쾌함 선사"
미드웨이 해전은 1941년 12월 일본의 미국 진주만 공습으로부터 약 6개월이 지난 1942년 6월 태평양의 미드웨이 해역에서 벌어진 전투다. ‘객관적 전력 면에서 일본이 앞선다’는 평가가 우세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미 해군이 일본 해군의 주력 항공모함 ‘가가(加賀)’, ‘아카기(赤城)’, ‘소류(蒼龍)’, ‘히류(飛龍)’ 4척을 침몰시키는 엄청난 전과를 올리며 대승을 거뒀다.
미 항공모함에서 발진한 전투기와 폭격기들이 일본 항공모함 위로 여러 발의 폭탄을 떨어뜨려 결국 깊은 바다 속으로 수장시켜 버리는 장면은 일본을 미워하는 관객에겐 카타르시스를 주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국내 언론과 영화평론가들 사이에선 “미국이 일본을 상대로 통쾌한 승리를 거두는 내용이라 최근 반일 정서가 흥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는 관전평이 나온다.
◆당시 일본은 피해 규모 속이는 등 은폐에 급급
미국의 압승으로 끝난 전투였는데도 정작 일본 국내에선 자기네가 이긴 줄 알고 있었다는 내용도 흥미롭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미드웨이 해전 직후 일본군 수뇌부는 항공모함 4척을 잃는 패배를 당했음에도 “항공모함 1척을 상실하고 1척이 대파됐을 뿐”이라며 “일본측이 큰 전과를 올렸다”고 발표했다.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셈이다.
영화 속에서 아사노 다다노부가 연기한 야마구치 다몬 제독의 경우 패전의 책임을 지고 침몰하는 항모 안에 그냥 남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패장인 그에게 일본군은 소장에서 중장으로의 1계급 진급을 추서했다.
미드웨이 해전에서 살아남아 돌아온 장병들은 구금시설 같은 곳에 격리되거나 신속히 다른 부대로 전출됐으며, 일반 대중과의 접촉은 철저히 금지당했다.
당시 군부 통제 아래 있던 일본 언론도 전쟁의 실상을 제대로 보도하지 못했다. 미드웨이 전투 패전 70주년이던 지난 2012년 일본의 한 학자는 “전쟁 때 언론은 일본이 용감하게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고 싶다는 국민의 욕구에 부응하기만 했다”며 언론의 책임을 질타하기도 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