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가계금융복지조사’를 가지고 정부는 소득분배지표가 크게 개선됐다고 주장했다. 가처분소득으로 계산한 지니계수와 소득5분위배율과 상대적빈곤율 등 분배구조를 나타내는 세 지표 모두가 동시적으로 사상 최저 수준일 정도로 저소득층 소득 여건과 분배가 크게 개선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강화와 같은 분배 정책 효과가 확대돼 나타난 결과라고 치켜세웠다.
소득분배구조 개선이야말로 양극화 해소의 첫걸음이므로 환영할 만한 것이지만, 정부의 이런 주장이 성급하다고 의심하는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서기 이전인 2011년 이후 가처분소득으로 본 분배지표가 꾸준히 개선되는 추세를 보여 왔다는 점이다. 정부가 제시한 분배지표 중 지니계수와 소득5분위배율 모두 2011년 이후 2018년까지 7년 가운데 2016년을 제외하고 지속 하락했으며, 상대빈곤율은 2013년과 2016년 두 번을 제외하고 지속적으로 떨어져 왔다.
실제로 2011년 이후 지니계수와 소득5분위배율과 상대빈곤율의 세 지표가 모두 동시 하락한 경우는 7년 가운데 2012년, 2014년, 2015년, 2017년, 2018년 다섯 번 있었다. 이 중 2012년, 2014년, 2015년, 2018년 네 번의 경우 경제성장률이 전년에 비해 떨어지면서 분배지표의 개선이 동시에 일어났다. 이로 인해 경제성장률 하락이 소득분배지표 개선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통계가 입증하고 있다.
이에 장기적으로 볼 때 소득분배지표 개선은 성장률 저하 추세와 직결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성장률이 떨어지면 소득 중상위 계층, 특히 중소자영업계층의 소득 증가율이 현저하게 하락하면서 지니계수나 소득5분위배율이나 상대빈곤율이 개선되는 것이다.
특히 박근혜정부 시절이던 2015년과 현 정부 시절인 2018년은 비교하기가 용이하다. 성장률이 그 직전 해 3.2%이던 것이 해당 해에 2.8% 혹은 2.7%로 거의 비슷하게 떨어졌다. 2015년은 전년에 비해 지니계수 0.011, 5분위배율 0.46, 상대빈곤율 0.70이 떨어졌는데, 2018년은 지니계수 0.009, 5분위배율 0.42, 상대빈곤율이 0.60 개선됐다. 분배구조를 나타내는 세 지표가 모두 동시적으로 떨어졌는데 개선 폭으로 보면 2015년이 2018년보다 훨씬 컸다. 2015년 당시에도 정부는 “기초연금, 맞춤형 급여 도입 등 복지 확충으로 정부정책에 의한 소득 재분배 효과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때의 정책이나 현 정부가 말하는 포용정책이 무슨 차이가 있는가. 2015년 박근혜정부도 대부분의 소득분배지표가 2011년 이후 개선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지금 현 정부의 포용적 분배 정책이 성공했다고 주장한다면 박근혜정부도 똑같이 분배 정책에 성공했다는 주장을 할 수가 있다. 다만 예외적인 것은 2017년인데, 경제성장률이 이전 해에 비해 상승하면서 동시에 소득분배지표가 개선됐다. 그러나 지니계수 0.001, 5분위배율 0.002, 상대빈곤율 0.30으로 가장 작았다. 그것은 2017년 상반기의 저성장에 따른 소득분배지표 개선 효과가 반도체 특수로 인한 하반기 고속성장에 따른 분배지표 악화 효과를 다소 압도한 결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지속되는 성장률 하락 기조는 기업의 경영을 위축시키면서 일자리와 소득 증가를 억제하고, 동시에 소득분배구조를 자연적으로 개선시켜 왔다. 분배구조 개선은 정부의 분배 정책이 아니라 성장 위축의 결과로 봐야 한다. 마치 여름이 되면 왕성하게 차별적으로 생육하는 식물이지만 겨울이 되면 모든 식물이 성장을 거의 멈추면서 생육의 불평등 정도가 없어지는 현상과 유사하다.
지난 10여 년 동안 소득분배지표가 개선된 것은 분배 정책의 효과 때문이라고 보기보다는 경제가 저성장 상태로 들어갔기 때문으로 이는 바람직한 상황일 수가 없다. 모두가 못 벌어서 균등화되기보다는 차별이 있더라도 경제가 좋아져서 모두가 더 많이 벌 수 있기를 국민은 바란다. 불평등 정도가 좀 심해지더라도 모두가 더 잘살게 된다면 그것을 누가 마다하겠는가. 뿔(불평등)을 바로잡자고 소(경제)를 죽일 수야 없지 않은가.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