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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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지옥’ 인도서 ‘치사율 50%’ 털곰팡이증 환자도…스테로이드 과다 치료 원인일 듯

서부 구자라트주 BJ 의대·시민병원의 이비인후과 병동서 “하루 5∼7건씩 수술 진행”
지난 8일(현지시간) 인도 수도 뉴델리의 격리 센터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병상에 누워 있다. 뉴델리=신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는 인도에서 치명적인 곰팡이균이 환자 사이에서 급속히 퍼지고 있다고 현지 언론과 외신이 전했다. 9일 인도 보건·가족복지부에 따르면 전날까지 나흘 연속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40만명대를 기록할 정도로 폭증세는 여전하다. 인도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1일 세계에서 처음으로 40만명을 돌파한 바 있다.

 

이날 ANI 통신, PT I통신 등 현지 언론과 BBC 등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최근 코로나19 환자가 털곰팡이증(mucormycosis)에 감염돼 실명하거나 숨졌다는 소식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

 

털곰팡이증은 모균증으로도 불리는데, 희귀한 감염으로 분류된다는 게 이들 언론의 설명이다. 흙이나 썩은 과일 등에서 흔히 발견되는 털곰팡이는 색깔 탓에 ‘검은 곰팡이’라고도 불린다. 감염 자체가 드물다고 하지만 병에 걸리면 코피를 흘리고 눈 부위가 붓거나 피부가 검게 변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눈과 코 외에 뇌와 폐 등으로도 전이될 수 있으며, 치사율은 50%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털곰팡이증은 면역력이 떨어진 당뇨병 환자에게서 가끔 발견되는데, 최근 인도에서는 코로나19 감염자나 음성 판정을 받은 이들까지 감염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다만 인도 보건당국은 ‘큰 이슈는 아니라고 장담한다’는 취지의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8주가량 정맥용 항주사를 맞으면 어느 정도 치료할 수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BJ 의대·시민병원의 이비인후과 병동 소속 칼페시 파텔 부교수는 이날 현지 ANI 통신에 “지난 20일간 67명의 곰팡이균 감염 환자가 확인됐다”며 “하루에 5∼7건씩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산이 특히 심각한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에서도 8명이 숨졌고 200여명이 치료 중이라고 현지 PTI 통신은 전했다. 

 

수도 뉴델리와 푸네 등 주요 도시에서도 감염 환자가 속출하고 있는데, 대부분 뒤늦게 병원을 찾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이에 따라 전이를 막기 위해 의료진은 안구나 턱뼈 등을 절제하는 수술을 자주 집도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뭄바이의 안과의사 아크샤이 나이르는 BBC에 ”지난달에만 곰팡이균 감염 환자 40명 중 11명의 안구를 제거해야 했다”고 밝혔다. 뭄바이 시온 병원의 의사 레누카 브라두도 ”지난 두달 동안 관련 환자 24건이 보고됐고. 이 중 11명은 시력을 잃었고 6명은 숨졌다”며 “감염자 대부분은 코로나19에서 회복된 지 2주 정도 지난 중년의 당뇨병 환자였다”고 말했다.

 

현지 의료계는 코로나19를 치료하면서 염증 방지를 위해 복용한 스테로이드가 털곰팡이증의 주된 원인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당뇨병 등 기저 질환이 없던 젊은 환자도 스테로이드 치료 등을 거친 뒤 감염된 사례가 나왔다고 현지 언론은 설명했다. 치료에 욕심을 낸 환자들이 스테로이드를 과용했을 가능성도 있는데, 실제로 인도에서는 처방전 없이도 약품 대부분을 구할 수 있는 만큼 약물 과용문제가 종종 심각하게 대두하기도 한다.

 

뭄바이의 당뇨병 전문의 라훌 박시는 코로나19 치료와 회복 과정에서 스테로이드 적정량 복용해야 한다고 조언하면서 “지난해 약 800명의 당뇨병 환자를 치료했는데, 아무도 곰팡이균에 감염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