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가족비리’ 관련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것을 두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대리 해명’에 나섰다. 유 이사장은 특히 검찰 공소장 내용 중 조 전 장관이 아들의 대학 시험 문제를 대신 풀어줬다는 혐의(업무방해)에 대해 “해당 시험은 오픈북 시험이었다”며 검찰 기소가 “깜찍했다”고 비꼬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오픈북 시험은 부모가 대신 치러도 되느냐”며 비판 목소리도 나온다.
◆유시민, 조국 가족비리 11개 혐의 조목조목 반박…“해가 바뀌면 조국 밥 한 끼 사줄 것”
유 이사장은 검찰이 조 전 장관을 가족비리 관련 11개 혐의로 재판에 넘긴 31일 재단 유튜브 채널 ‘유시민의 알릴레오’ 방송을 통해 조 전 장관 공소장에 기재된 혐의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조 전 장관이 2016년 11∼12월 두 차례에 걸쳐 아들의 미국 조지워싱턴대 온라인 시험 문제를 나눠 풀어줬다는 혐의에 대해 “문항 20개의 쪽지 시험이었고, 조 전 장관 아들이 접속해서 본 오픈북 시험이었다”며 “그러니 어떤 자료든지 참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 전 장관은 (검찰 조사 당시) 이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했다”며 “조 전 장관은 아무 것도 모르고 있고 (아내인) 정경심 교수는 (아들) 본인이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유 이사장은 “부모(조 전 장관 부부)가 도와줬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검찰이 온라인 오픈북 시험에 부모가 개입됐다는 의심만으로 기소한 것”이라며 “(검찰의 이런 혐의 적용이) 깜찍했다”고 꼬집었다. 유 이사장은 또 검찰이 조 전 장관 딸이 받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을 뇌물로 판단한 것을 놓고 “법정에서 뇌물임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유 이사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조 전 장관에 대한) 근거 부족한 예단이 이 모든 사태를 불러왔다”며 “검찰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 아니다를 떠나서 진짜 무능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해가 바뀌면 조 전 장관에게 밥 한 끼 사주려 한다”고도 덧붙였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같은 날 오전 조 전 장관을 11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8월27일 대대적인 압수수색으로 강제수사에 착수한 지 126일 만이다. 58쪽 분량의 공소장에는 조 전 장관 부부가 아들의 고교 재학 시절부터 대학 입학 뒤까지 각종 시험과 에세이는 물론, 장학금 신청이나 지각·결석 사유서 제출 등 학사 관련 사항과 담당 교수와의 의사소통까지 대신 해줬다는 내용이 담겼다.
◆재단 계좌 의혹 추가제기·檢소문도 전해
이날 방송에서 유 이사장은 자신이 제기한 ‘검찰이 재단 계좌를 들여다봤다’는 의혹과 관련해 “재단 계좌를 볼 수 있는 주체들이 되게 많다”며 “법원과 경찰, 검찰,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그리고 국회 등 계좌를 볼 수 있는 모든 기관에 서면 질의를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 이사장은 또 “(검찰이 해당 은행에) 계좌를 봤을 뿐 아니라 정보를 제공했단 사실을 재단에 알리지 말라는 통지까지 첨부한 것이 분명하다”고 추가로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검찰이 계좌 추적 사실이 없다고 부인한 데 대해서는 “점심을 먹었냐고 물었는데 ‘라면은 먹지 않았다’고 답한 것과 비슷하다”면서 “(뭘) 먹긴 먹었나 보다”라고 의심했다.
유 이사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된 뒤 검찰 주변에 ‘두 가지 소문’이 있었다고 소개하면서 “하나는 (검찰이) 추 후보자를 털어서 (장관으로) 못 가면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갈지도 모른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부) 검사장 후보들이 조국 사태 와중에 ‘자신은 강경파가 아니었고 내부에서 지나치게 가는 것을 막아보려고 나름 애썼다’고 여권의 실력자들에게 구명을 호소하고 다닌다는 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 같은 내용의 방송이 나간 뒤 비판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날 방송 내용을 다룬 기사 댓글란에서는 “온라인 오픈북이면 부모한테 대신 답을 써서 보내달라고 해도 되는 거냐?”, “당신의 주장은 깜찍이 아니라 끔찍하다”는 등 비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 이사장과 연일 설전을 이어가고 있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변명이 참 앙증맞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