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부터 한반도 정세가 얼어붙고 있다. 어제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8일부터 나흘간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 보고에서 “미국이 대조선(대북) 적대시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며 “충격적인 실제행동에로 넘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핵무기·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을 재개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새 전략무기의 공개를 예고했다. 새 전략무기는 신형 다탄두 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미 대치가 장기화할 공산이 크다. 다만 그는 “(핵)억지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 대조선 입장에 따라 상향조정될 것”이라며 대화 재개의 여지를 남겼다.
김 위원장은 대북제재에 따른 경제적 난관을 자력갱생으로 ‘정면돌파’하겠다고 했다. 보고에서 정면돌파 또는 정면돌파전이라는 말이 23차례나 등장했다. 내각이 경제사령부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질책도 나왔다. 결국 김 위원장이 언급해온 ‘새로운 길’은 핵무력 강화와 경제건설로 생존을 도모하는 핵·경제 병진노선인 셈이다. 북한이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의 중단을 선언하면서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을 선언했던 2018년 4월 이전으로 회귀한 것이다.
국제사회에서는 걱정과 우려가 쏟아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과 좋은 관계이며 그가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김 위원장이 옳은 결정을 하기 바란다”며 “충돌과 전쟁 대신 평화와 번영을 선택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 ‘촉진자’ 역할을 자임했던 문재인정부도 곤혹스러운 처지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신년사에서 “북한은 지난해 총 13회에 걸쳐 25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을 발사했다”며 “새해에도 우리가 직면한 안보상황이 결코 녹록지 않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보고에서는 남북관계가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공들인 대북정책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북한은 벼랑끝 대치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핵·경제 병진노선은 현실과 동떨어진 몽상에 불과하다. ICBM 시험발사 등의 도발은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제재를 불러와 북한 주민의 고통과 체제 불안정만 가중시킬 것이다. 잘못된 길을 선택하면 안 된다. 미국과의 협상을 통한 비핵화만이 살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사설] 北, 핵·ICBM 시험 재개 시사… ‘잘못된 길’ 선택해선 안 된다
기사입력 2020-01-01 23:33:20
기사수정 2020-01-01 23:33:19
기사수정 2020-01-01 23:33:19
김정은, 노동당 전원회의 보고 / “충격적 행동” “새 전략무기” 위협 / 핵·경제 병진노선 회귀 모양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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