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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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출마 선언 여상규 "黃대표, 물러나야… '유 아무개' 발언 부적절"

극심한 편가르기에 환멸, 불출마 / 황교안 등 당지도부 책임지고 물러나야 / 지도부가 ‘걱정말고 막아라’며 육탄저지 이끌었어야 / 황교안 ‘유 아무개’ 발언 부적절 / 보수 대통합 위해 기득권 던져야…제일먼저 黃부터 대표자리 내놓아야 / 추미애 ‘윤석열 라인 인사’ ·‘나경원 자녀의혹 수사지휘권 발동’?… 그건 정치행위, 그러면 완전 부적격

"극심한 편가르기 등 정치현실에 환멸을 느낀다"며 자유한국당 소속 여상규 법사위원장이 2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황교안 대표를 향해 보수 대통합을 위해, 공수처설치법 통과 등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대표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했다.

 

여 위원장은 '버럭'이라는 달갑지 않는 별칭에도 불구하고 인사청문회 때 범여권 의원들과 충돌을 마다하지 않는 등 한국당내에서 대표적 원칙주의자로 불린다.

 

◆ "당파적 이익만 쫒고, 악법 날치기 강행처리에 환멸느껴 총선 불출마"

 

여 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저는 21대 총선불출마를 선언한다"고 알렸다. 

 

그는 "국익을 무시한 채 오직 당파적 이익만을 쫓기 위해 온갖 불법과 탈법을 마다 않는 작금의 정치현실, 극심한 편가르기에 환멸을 느꼈다"며 "특히 연동형 비례제 선거법과 공수처법처럼 정권과 특정 정파만을 위한 악법들이 날치기 강행처리되는 모습을 보면서 법사위원장으로서 참담함을 금할 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처럼 ‘법치’와 ‘협치’, 그리고 ‘국익’을 포기한 국회에 더 이상 제가 설 자리는 없다. 또 이러한 망국적 정치현실을 바꾸거나 막아낼 힘이 저에게는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연부역강(年富力强)한 후진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불출마 이유를 분명히 밝혔다.

 

◆ 선거법, 공수처법 한국당 무기력, 몸으로 막고 지도부 "책임진다"했어야...사퇴는 의미없어 

 

여 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한국당 의원들이 '선거제 개편안, 공수처 설치법안' 통과에 책임을 지는 의미에서 '총사퇴'를 들고 나온 것에 대해 "의미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선거법과 공수처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될 때 몸으로 막았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본회의장에서 본 한국당 의원들의 행태는 굉장히 무기력해 굉장히 분노를 느꼈다"고 했다. 

 

진행자가 "몸으로 막는 건 국회 선진화법 위반 아닌지"라고 하자 여 위원장은 "구속요건 상으로는 위반이지만 그런 행위를 유발한 책임은 여권에 있기에 충분히 법적으로 방어가 가능하다고 본다"며 "겁을 먹고 뒤로 나앉아서 가만히 쳐다만 보고 있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런 행위를 또 조장한 책임이 당 지도부에 있다"고 개탄했다.

 

여 위원장은 "당 지도부에서 의원들이 그렇게 고발되면 어떻게 하나 결국 내가 희생되는 것 아닌가 이런 걱정을 하도록 내버려둔 책임은 당 지도부가 져야 한다"며 "황 대표나 심재철 원내대표나 다 책임져야 되고 당 지도부에서 '한 사람이라도 다치면 내가 책임진다, 걱정하지 말고 이 법안을 막아라' 이렇게 나갔어야 된다"고 열변을 토했다. 

 

◆ 기득권 내려놓는 특단의 조치 필요, 황교안 대표직 등 

 

여 위원장은 "(최근 지지부진한 한국당 상황을 벗어나려면) 특단의, 비상의 조치를 취해야 된다"며 "비상 조치는 결국 야권통합으로 보수 대통합으로 가야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영 논리를 굳이 따진다면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대립으로 자유주의 진영에서 정말 비상의 조치를 취해야 되고 비상의 조치라는 것은 자유주의 기치 하에 전 야권이 통합해야 한다. 각자 기득권을 가지고 있으면 통합이 되겠는가, 모든 기득권을 다 내려 놓아야 된다"며 "(황교안 대표자리는) 제일 먼저 내려놓아야 될 기득권이다"고 강조했다.

 

◆ 黃의 '유 아무개'발언 부절절… 홍준표 '비대위' 요구, 하나의 방법

 

여 위원장은 황교안 대표가 "통합의 대상은 '유 아무개' 등 새로운 보수당만 있는 게 아니다"고 한 발언에 대해선 "적절치 않다"고 평가했다.

 

이어 "유승민 의원을 포함해서 새로운 보수당을 창건하려고 하는 사람들도 주요 통합 대상이고 주요 통합파트너다"며 "그런 사람들을 우대하고 당에 들어올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드는 게 황교안 대표가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진행자가 " 홍준표 전 대표가 '황교안 대표직 사퇴하고 자유한국당은 비대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하자 여 위원장은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 된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자유주의 기치 아래 모이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결정해야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틀을 갖춘 뒤 진행될 문제라고 판단했다.

 

◆ 설훈 "추미애, 나경원 의혹 수사지휘권 발동하고 윤석열 라인 인사를"에 여상규 "그건 정치행위, 그렇다면 부적격"

 

여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설훈 최고위원이 "추미애 장관이 나경원 자녀 의혹 사건에 대해 수사 지휘권을 발동해야 하고 윤석열 총장 참모 등을 인사 대상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내용에 "그러려면 법무부 장관 들어가지 말았어야죠"라고 어이없는 주문이라고 했다.

 

여 위원장은 "패트 고발 대상 수사, 나경원 관련 수사는 정치문제다"며 "그것은 정치문제이기 때문에 정치를 하려고 하는 사람이 법무장관이 돼선 안 된다. 정치적 중립 의무는 검찰의 의무이자 권한이다"면서 "그런 정치적 중립 의무와 위배되는 그런 행동을 장관이 유도한다면 법무장관으로서 완전 부적격이다"고 말이 안된다고 역설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