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100여일을 앞두고 ‘잠룡’ 중 하나로 분류되는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이 2일 1년4개월여 만에 정계 복귀를 선언함에 따라 총선 지형에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중도·실용 정치를 강조해 온 안 전 의원이 정계 복귀 후 선택할 길을 크게 네 가지로 전망한다.
우선 안 전 의원이 ‘창업주’인 국민의당을 모태로 한 바른미래당으로의 복귀 가능성이다. 지난해 말 안 전 의원이 돌아오면 대표직을 사퇴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는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바른미래당과 중도개혁세력의 총선 승리를 위해, 그리고 한국 정치의 미래를 위해 커다란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한다”며 “그가 원하는 것을 모두 받아들이고 안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이는 권은희·김삼화·이동섭 의원 등 안철수계는 물론 과거 국민의당에서 한솥밥을 먹던 호남계 의원들이 바른미래당에 잔류하고 있는 만큼 정치 재개에 필요한 인적·조직적 지원도 받을 수 있다. 바른미래당을 기반으로 재창당 선언을 통해 2016년 20대 총선에서의 국민의당 ‘녹색 돌풍’ 재현을 시도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반대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계복귀를 할 때처럼 신당 창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전 대통령은 1995년 정계복귀를 하며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한 뒤 기존 정당에 있던 의원들이 대거 합류해 세를 늘렸고, 1997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제3정당으로서의 보폭이 확대됨에 따라 기존 정당과 다른 차별성을 강조하며 ‘창당’ 카드를 꺼내 정치를 재개할 수 있다. 바른미래당으로 복귀하더라도 ‘전권을 넘기겠다’는 손 대표의 약속을 마냥 신뢰할 수 없는 등 기득권과 마찰을 빚을 경우 생채기를 피할 수 없는 것도 이유다. 안 전 의원 중심의 신당 창당을 통해 각 당에서 탈당한 현역 의원들이 모일 경우 ‘안철수 신당’이 기호 3번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
‘중도층 확장’을 꾀하는 보수 야당들의 러브콜도 쇄도할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거론하는 ‘보수대통합’에 뜻을 함께 하거나, 한솥밥을 먹은 유승민 의원의 ‘새로운 보수당’ 참여도 거론된다. 중도 확장이 절실한 한국당은 그동안 안 전 의원에게 ‘문재인 정권 심판’을 앞세워 구애를 해왔다. 하지만 안 전 의원은 이날 복귀 선언에서 “이념에 찌든 기득권 정치 세력들이 사생결단하며 싸우는 동안 우리의 미래, 우리의 미래세대들은 계속 착취당하고 볼모로 잡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어 한국당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큰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보수당과의 합칠 경우 ‘국민의당’ 재탕이란 이미지가 강하다.
일각에선 안 전 의원의 복귀를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으로 관측한다. 과거 혁신의 ‘아이콘’ 이미지는 이미 다 소비됐고 정치 활동을 하며 안 전 의원이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노출해 ‘참신함’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한국갤럽의 차기 정치지도자 호감도 조사에서 안 전 의원은 호감도 17%, 비호감도 69%를 기록했다. 조사대상 7명 중 호감도는 가장 낮고 비호감도는 가장 높았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기대감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과거처럼 ‘안철수 신드롬’이 다시 불 정도인지는 본인이 얼마나 변했나에 달려 있다”며 “예전에는 정서적인 인기 이런 것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그것으론 부족하고 실질적으로 정치력이 있는지를 보고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黃 ‘보수통합 가속화’
자유한국당 내에서 ‘황교안 대표·심재철 원내대표’ 지도 체제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 한국당이 보인 무기력한 모습을 비판하는 중진·재선 의원들의 총선 불출마 선언이 잇따라서다. 황 대표는 ‘보수 통합’ 작업에 속도를 내며 논란을 정면돌파할 기세다.
4선의 한선교 의원과 3선의 여상규 의원은 2일 국회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재선의 김도읍 의원이 패스트트랙 법안 통과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불출마 선언을 한 지 이틀 만이다.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한국당 현역 의원은 이로써 9명이 됐다.
여 의원은 불출마선언문에서 “당 지도부가 가진 것을 모두 내려놔야 한다”며 “황 대표든, 심 원내대표든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이 패스트트랙에 올라 강행 처리되는 과정에서 당 지도부가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는 취지에서다.
황 대표는 자신을 향한 책임론과 비대위 구성 요구에 대해 “그런 부분에 관해서도 큰 틀에서 검토들이 필요하다. 무엇이 나라 살리는 길인가에 대해서 검토하겠다”고 신중하게 답했다.
반면 한선교 의원은 “황 대표 체제에 대한 여러 비난과 비판이 많지만 황 대표 체제에 힘을 더해주기 위해서도 불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대신 보수 통합 작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한국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보수대통합을 위해 재입당을 희망하는 인사에 대한 입당을 전면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2016년 총선 당시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과 함께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한 뒤 바른정당에 입당했던 조해진, 류성걸 전 의원 등 탈당파 전직 의원들이 대거 포함될 전망이다. 한국당은 이와 함께 ‘비례·위성 정당’ 당명을 ‘비례자유한국당’으로 정하고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창당준비위원회 결성 신고서를 제출했다.
한편 새로운보수당 창당을 앞둔 바른미래당 유승민계의원 8명은 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탈당한다. 이로써 2018년 2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쳐 출범한 바른미래당은 1년 11개월 만에 두 쪽으로 쪼개진다.
◆與 ‘인재 영입 3호’ 김병주 前 육군대장
더불어민주당은 2일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 출신 김병주(58) 예비역 육군대장을 오는 4월 총선에 나설 ‘인재 3호’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한미연합사 출신 대장의 민주당 입당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이해찬 대표 주재로 영입인재 발표식을 열고 김 전 대장이 입당한다고 발표했다. 김 전 대장은 경북 예천 출생으로 강원 강릉고등학교와 육군사관학교(40기)를 졸업했다. 육군 제30기계화보병사단장과 미사일사령관, 육군 제3군단장 등을 거쳐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뒤 지난해 4월 전역했다. 문재인정부의 첫 대장 승진자이자 미사일사령관 출신 첫 4성 장군으로서 안보 전문가로 통한다.
민주당은 “김 전 대장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임명 후 역대 최상급의 한·미 군사안보동맹을 구축했다는 호평을 받았고 글로벌 강군 비전을 가진 안보전문가”라고 평가했다. 39년간 군에 재직한 김 전 대장 영입을 통해 총선에서 야당이 공격에 나설 주제 중 하나인 안보 대응에 맞설 방침이다.
김 전 대장도 “지금까지 축적한 경험으로 국회부터 공고한 한·미 안보동맹의 기반을 다져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전 대장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재직 시 인연을 맺은 빈센트 K 브룩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과 ‘호형호제’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총선기획단은 이날 국회에서 제8차 전체회의를 열고 올해 총선 후보자 공천 시 ‘실거주용 1주택 보유’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현재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이상을 보유한 후보자는 실제로 거주하는 주택 한 채를 제외한 나머지 주택에 대해 ‘부동산 매각 서약서‘를 제출토록 할 방침이다.
한편 민주당은 박영선(4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진영(4선) 행정안전부 장관, 김현미(3선) 국토교통부 장관, 유은혜(재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민주당 소속 의원 겸직 장관 4명이 3일 국회에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귀전·곽은산·장혜진·이현미 기자 기자 frei5922@segye.com